삼보 스님, 월정사에 장학금으로 50년간 모은 상이연금 등 사재 기부
평생 모은 사재 30억원을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사찰에 쾌척한 노승(老僧)이 있다. 강원 영월시 법흥사 주지 삼보 스님이다.
17일 불교계에 따르면 삼보 스님은 전날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 강원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에서 열린 ‘탄허대종사 37주기 추모다례재’에 참석해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에게 기금 30억원을 전달했다. 삼보 스님은 “은사(탄허) 스님이 법당 100채를 짓는 것보다 인재를 양성하는 게 더 낫다고 말씀하셨는데 아직 불교계가 다른 종교보다 뒤처진 게 사실”이라며 “은사 스님의 유지가 실현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금의 상당액은 상이연금이다. 20살이던 1970년 해병대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삼보 스님은 지뢰를 밟는 바람에 부상을 입어 전역했다. 화랑무공훈장과 함께 50년간 매달 약 200만원씩 받은 상이연금을 한푼도 쓰지 않고 저축하면서 사찰에서 받은 소임비도 절약해 거액의 기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삼보 스님의 기부금은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 사업에 활용된다. 월정사는 신도들과 힘을 합쳐 ‘탄허장학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정념 스님은 “노스님의 원력(願力)대로 사람 기르는 일에 기금이 우선 사용돼야 한다”며 “장학과 더불어 노스님의 사상과 수행 정신 등이 선양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보 스님의 은사인 탄허 스님(1913~1983)은 한국 불교의 최고 학승(學僧)으로 꼽힌다. 조계종 초대 종정 한암 스님에 이어 월정사 조실(주지)을 지냈고, 1964~1971년 동국대 대학선원 원장을 맡았다. 1967년 조계종 중앙역경원 초대 원장이 돼 불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특히 10년에 걸쳐 ‘화엄경’ 80권을 직역하고 현토(한문에 토를 다는 일)한 ‘신화엄경합론’(전 23권)을 내놓았다. 1956년 오대산 수도원, 1959년 영은사 수도원을 개설해 후학을 육성하는 일에도 매진했다.
삼보 스님은 16세 중학생 시절 오대산에 공부하러 갔다가 탄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기금이 쓰였으면 하는 게 그의 소망이다. 중앙승가대 교수인 자현 스님은 불교신문 기고에서 “일생 모은 재산을 일거에 떨친 삼보 스님의 행보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와 은사를 모시는 참다운 자세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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