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순손실 7배 증가… 특단 조치 없으면 생존 위기 우려 커져
쌍용자동차가 올해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대해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
17일 쌍용차의 올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감사의견 거절을 표명했다.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쌍용차는 지난 1분기에 매출 6,492억원, 영업손실 986억원, 당기순손실 1,935억원의 실적을 냈다.
쌍용차가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2009년 감사보고서 이후 처음이다. 다만 연간 결산이 아닌 1분기 보고서에 대한 비적정 감사의견인 만큼 당장 쌍용차 주식이 한국거래소(KRX)에서 거래가 중단되거나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건 아니다.
이번 감사의견 거절은 쌍용차의 최근 경영 상황이 급속히 악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 1분기 쌍용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손실(278억원), 당기순손실(261억원)이 각각 3.5배, 7배 증가했고 매출(9,332억원)은 30% 이상 감소했다. 올 1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회사는 “지난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해외부품 수급 차질로 라인별 순환 휴업 실시 등 생산 차질을 빚은 영향으로 판매와 매출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7%, 30.4%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쌍용차가 자력으로 경영난을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을 거란 냉정한 평가가 우세하다. 쌍용차는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으로부터 제대로 투자를 받지 못하며 위기론을 키웠다. 마힌드라그룹은 지난달 초 쌍용차에 대한 2,300억원 투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400억원 수준의 긴급 운영자금만 지원했다.
결국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정부의 지원 등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쌍용차의 생존 위기는 계속될 거란 전망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쌍용차의 차입금은 2,540억원에 이른다. 산업은행에서만 약 1,900억원을 빌렸다. 이 중 운영자금 200억원, 시설자금 700억원 등 총 900억원은 오는 7월에 만기가 돌아온다. 2개월 뒤 당장 산업은행이 900억원을 유예해주지 않을 경우 부도를 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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