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대응 계획이 정치적 분열에 가로막힌 미국 전체 상황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 대선 경합지역인 위스콘신ㆍ미시간ㆍ펜실베이니아주(州)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이 같이 묘사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을 이끈 이들 지역이 코로나19 전장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 대응이 ‘정치 게임’으로 변질되면서 보건 위기가 더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와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간 정치적 힘겨루기 끝에 자택대피령이 해제된 위스콘신의 혼란이 대표적이다.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지난 13일 토니 에버스 주지사의 자택대피령 연장에 반발해 무효소송을 제기한 공화당 소속 주의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중순 에버스 주지사는 3월 말 내렸던 자택대피령을 오는 26일까지 연장했지만, 공화당은 기업이 타격을 받고 주민들은 일자리를 잃는다며 소송을 냈다.
CNN방송 등은 “주 대법원의 ‘연장 불가’ 결정 후 도시 중심가에선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의 지침이 무시됐고 술집 등에 사람들이 몰렸다”고 전했다. 앞서 위스콘신주는 지난달 7일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프라이머리(예비선거) 과정에서도 주의회의 주장대로 투표를 강행했다가 투표자와 선거 사무원 등 6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미시간주에서도 민주당 소속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가 자택대피령을 오는 28일까지로 연장한 데 대해 공화당 주도의 주의회가 소송을 낸 상태다. 13일에는 일부 총기 소유자를 포함한 자택대피령 반대 시위대가 주정부 청사 앞으로 모여들기도 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역시 비필수 사업을 계속 폐쇄하라는 민주당 소속 톰 울프스 주지사의 명령에 일부 카운티의 공화당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울프 주지사를 겨냥해 경제활동 정상화를 촉구했을 정도다.
이 같은 정치적 분열은 코로나19 확산 지형도마저 흔들고 있다.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인구통계학자 윌리엄 프레이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주간 인구 10만명당 확진자가 100명이 넘는 ‘코로나19 고위험지(high covid)’ 에 이들 3개 경합주의 상당 부분이 새로 추가됐다.
이들 경합주 지역은 경제적 타격의 체감도도 유독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업체 88만5,000곳을 대상으로 한 인구조사국의 4월 마지막 주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악영향을 입었다는 응답률이 높은 지역에 미시간ㆍ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들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미시간주의 응답률은 65%로 50개 주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최근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선 것으로 나오지만 민주당이 정치적 함정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웬디 쉴러 브라운대 정치학과 교수는 “섬뜩하게 들리겠지만 민주당은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려면 경기침체와 경합주의 코로나19 확산을 기원해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