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을 대표하는 독일이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유럽 경제가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는 부도 위험이 재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독일 연방통계청은 15일 올 1분기 독일 경제가 전 분기 대비 2.2% 역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분기 이래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자, 통일 이래 2번째로 나쁜 분기별 성장률이다. 동시에 통계청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도 -0.1%로 조정했는데, 이에 따라 독일은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가리키는 경기침체(recession)에 돌입했다.
지난해에도 독일 경제는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수출에서 큰 타격을 입어 0%대 성장률을 보인 바 있다. 올해는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였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이를 막기 위한 각종 통제조치가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제는 그나마 독일의 사정이 가장 낫다는 점이다. 유럽 경제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래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미 1분기 성장률을 각각 전 분기 대비 -5.8%, -4.7%로 발표했다.
특히 실물경제의 부담이 금융과 재정 부담으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부는 17일 공개한 ‘세계경제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충격이 유로존에 금융ㆍ재정위기를 재차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재 위기가 금융발(發) 위기가 아니기에 유럽의 자금 조달 사정은 당시에 비해 양호한 편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정부 지출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미 높은 정부부채 비율을 보이고 있는 이탈리아ㆍ포르투갈ㆍ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국채 가격 급락(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나라의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유럽 시중은행도 보유 자산가치의 평가 손실로 인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유로존 위기는 결국 유럽 전체의 합의를 통한 재정 보강과 금융 안전망 구축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이 합의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고서는 최근 독일 헌법재판소가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조치에 제동을 거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지적하며 “안전망 규모의 적정성과 적용방식 등을 둘러싼 유로지역 전체 차원의 논의 과정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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