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국력’을 가리지 않았다. 되레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영국 등 강대국들의 피해가 더 크다. 이들 강대국을 향해 그간 국제사회에서 별반 주목받지 못했던 방역 성공 국가들의 사례를 연구해 2차 파동에 대비하라는 충고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베트남(동남아)ㆍ코스타리카(남미)ㆍ레바논(중동)ㆍ가나(아프리카) 등 7개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 국가는 무엇보다 ‘광범위한 접촉자 추적과 효과적인 검사’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매튜 무어 하노이 주재 사무관은 “베트남 정부가 초기부터 항체 검사를 급속히 늘리고 접촉자 추적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인구가 1억명에 육박하는 베트남의 누적 확진자 수는 이날 현재 318명에 불과하다.
가나와 세네갈은 진단ㆍ검사의 효율성 측면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WP는 평가했다. 전체 3,000만명 중 16만1,000명에게 진단을 실시한 가나는 여러 혈액샘플을 동시에 검사한 뒤 양성 반응이 나오는 경우만 골라 따로 재검사함으로써 확진자를 가려내는 시간을 대폭 줄였다. 세네갈도 10분만에 바이러스를 탐지할 수 있는 1달러짜리 진단키트를 통해 발빠르게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신속한 정부 조치’도 효과적인 대처를 뒷받침했다. 중앙아시아의 소국 조지아는 1월 말부터 공항에서 체온 검사를 의무화하고 여행제한 조치도 여느 나라보다 빨리 실시했다. 뉴질랜드는 3월 23일 누적 감염자 수가 100명을 넘자 저신다 아던 총리가 곧바로 경계수준을 최고 수준인 4단계로 올린 결과 지난달 27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줄리아나 마르티네즈-프랑조니 코스타리카대 교수는 “수도ㆍ전기 등 기본 서비스가 민영화하지 않은 덕에 정부가 기본 생활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발병 확산 억제 과정에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함께 했다. 레바논은 심각한 경제 위기와 극심한 정치적 혼란 속에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했지만 시민들이 정부 방침 이전에 자발적으로 봉쇄에 들어가면서 심각한 국면을 피할 수 있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