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13% 차지 관광산업 재가동
독일은 내달 15일까지 해외여행 금지
이탈리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닫았던 국경을 유럽 관광객들을 상대로 내달 3일부터 다시 연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데다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하는 관광산업 재가동을 본격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정작 주변국들의 반응은 시원찮다.
이탈리아 정부는 16일(현지시간) 다음달 3일부터 국내외 여행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승인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이에 따라 유럽 내 인적ㆍ물적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솅겐조약 가입국 관광객들은 14일간의 강제 격리기간 없이 바로 이탈리아에 입국할 수 있게 됐다.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해 이탈리아 국민들의 자국 내 이동제한 조치도 같은 날부터 완전히 해제된다.
최근 이탈리아의 확산세가 상당 수준 둔화된 건 사실이다. 이날 일일 사망자 수는 153명으로 여전히 적잖은 규모이지만, 지난 3월 초 전국 봉쇄를 실시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4일 제조업ㆍ도매업 등 일부 부문을 정상화한 데 이어 18일에는 상점ㆍ음식점ㆍ술집, 25일부터는 체육관 등으로 점차 영업 허용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다.
이탈리아 내에선 특히 내달 초 시행될 국경 재개방 조치로 침체된 관광산업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이란 기대가 상당하다. AP는 이탈리아 통계청 자료에 근거해 지난 두 달간의 봉쇄조치에 따른 이탈리아 관광업계의 손해 규모를 100억유로(약 13조원)로 추산했다. 이탈리아 전국호텔연합도 지난달까지 일자리 10만6,000여개가 사라졌으며 다가올 여름휴가 전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로 50만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AP는 “유럽 주변국들은 이탈리아의 일방적인 발표를 경계하는 분위기”라며 이탈리아의 섣부른 조치에 대한 우려섞인 반응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당장 독일은 6월 15일까지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금지한 상태고, 프랑스도 이날 “(국경 개방과 관련해) 유럽 차원의 공동 노력을 추구한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관광업 부흥 차원에서 회원국 간 국경 통제 완화를 제시하면서 역내 재확산 우려를 감안해 “확산세가 비슷한 수준의 국가들 간에 국경을 먼저 풀자”는 식의 단서를 달았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국경 재개방으로) 전염 곡선이 다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등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다만 “이탈리아는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려 한다”며 “이것(위험)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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