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가 마지막까지 배우들의 명 연기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색다른 충격을 안겼다.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새로 쓴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연출 모완일)는 16일 방송된 16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선우(김희애)가 가출한 아들 이준영(전진서)을 1년 째 기다리고 있다는 결말에 대해 시청자들은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지만, 이는 곧 확실한 여운과 화제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선우는 고산에서 안정을 찾은 듯 했으나 폐인이 된 이태오(박해준)가 언제 나타날지 몰라 긴장하며 살던 중 이태오의 연락을 받고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 자리에서도 이태오는 이해받기 힘든 말들을 했고, 끝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지선우가 살아남은 이태오를 안는 걸 본 이준영은 고개를 저으면서 부모를 떠났다. 1년이 지난 뒤 지선우는 병원에 복직했고, 청소년 쉼터에 후원 중이었다. 아들을 찾기보다 기다리고 있는 지선우 앞에 이준영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타나며 모든 전개가 마무리됐다.
지난 2개월여 간 ‘부부의 세계’가 큰 사랑을 받은 건 인물들의 감정선이 생생하고 극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회에서도 ‘부부의 세계’ 각 캐릭터들은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주인공 지선우의 내내 이어진 감정은 불안이었다. 이태오의 불륜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첫 회 엔딩부터 여다경(한소희)을 비롯한 많은 이들과의 갈등을 거쳐 아들이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사는 최종 엔딩까지, 지선우는 불안감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하고 견디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그 때마다 시청자들이 지선우에게 몰입할 수 있었던 건 김희애의 공이 컸다. 김희애는 4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에서 명불허전의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마지막 내레이션처럼 완전한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지선우의 여러 복잡한 상황에 맞춰 김희애가 보여준 가장 적절한 눈빛과 연기는 설득력을 가졌고, 작품의 인기를 견인했다.
박해준과 한소희는 ‘부부의 세계’에서 기대 이상의 확실한 존재감을 남겼다. 모든 갈등의 시작점에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태오와 여다경은 박해준과 한소희의 연기를 통해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재탄생됐다. 감정의 낙폭이 큰 캐릭터였음에도 박해준과 한소희는 디테일한 표현으로 작품의 메시지까지 살렸다.
불륜이라는 막장 드라마 단골 소재를 가져온 ‘부부의 세계’는 감정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색다른 방식을 통해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이런 전개 방식을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은 배우들의 명연기다. 김희애 박해준 한소희를 비롯한 ‘부부의 세계’ 팀이 8주 간 보여준 폭발적인 에너지에 시청자들의 감정도 움직였다.
한편 JTBC는 오는 22일과 23일 ‘부부의 세계’의 비하인드와 메이킹 등을 담은 스페셜 방송을 선보이며 신드롬과 여운을 한 주 더 이어갈 예정이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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