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두 달 동안 장갑 벗지 못한 의료진의 손’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속 손은 심한 습진에 걸린 듯 전체적으로 허물이 벗겨져 있다. 손의 주인공은 두 달간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면서 의료용 장갑을 장시간 착용한 의료진이라고 알려졌다.
SNS 이용자들은 이 사진을 공유하며 “두 달 동안 장갑을 끼고 고생하신 의료진 감사하다”, “이 분들이 마스크를 벗으시는 날 우리도 마스크를 벗는 날이다”, “안 보이는 곳에서 고생 많으신 우리 의료진 최고다” 등의 글을 보태고 있다. 일부는 집단감염 사태를 일으킨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을 성토하는 데 이 사진을 인용하기도 한다.
정치권에서도 이 사진이 등장했다. 15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큼지막하게 인화한 ‘의료진의 손’ 사진을 들어 보이며 국민들의 코로나19 예방수칙 준수를 호소하기도 했다. 몇몇 정치인들도 SNS 게시글과 사진을 공유하며 의료진의 노고에 감사하는 글을 남기고 있다.
그런데, 이 손의 주인공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실제 의료진인지조차도 알 수 없다. 무수한 이들이 퍼 나른 이 사진의 원 출처도 명확하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 펌’이라는 모호한 출처 표시만 있을 뿐이다. 공유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SNS 게시물의 특성상 최초 게시자가 밝히지 않는 한 해당 사진의 출처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직접 인화한 사진을 들고 언론 앞에 나선 김태년 의원 역시 사진의 정확한 출처는 알지 못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15일 “출처는 알지 못한다. 온라인에 화제가 되는 사진을 가져왔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사진을 공유하는 이들의 마음은 한가지일 것이다.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모두가 방역 수칙을 잘 따르자는 것. 다만,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뉴스는 가짜 뉴스에 불과하고, 자칫 숭고한 의도마저 해칠 수 있다.
어쨌든 궁금증은 커져가고 있다. 퉁퉁 불어 피부 여기저기가 벗겨진 애처로운 손, 두 달 동안 장갑을 벗지 못한 손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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