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67일간 대소변 받아내고 세끼 식사 챙기며 분투
“꽃님이 할머니가 이겨낼 줄 알았어요.”
1915년 10월 태어나 올해 만 104세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중 최고령인 최상분 할머니가 15일 완치 판정을 받고 밝은 얼굴로 포항의료원을 떠났다. 지난 3월10일 확진돼 감염병 전담병원인 경북 포항시 북구 경북도립 포항의료원에 입원한 지 67일만이다.
최 할머니는 이날 낮 12시 퇴원 절차를 끝내고 휠체어를 탄 채 의료원 내 음압격리병동 1층 문을 나섰다. 의료원 직원들은 병동 입구에 ‘건강하십시오’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고 기다렸다 할머니가 나오자 꽃다발을 건네며 퇴원을 축하했다.
최 할머니는 고령에다 마스크를 착용해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지만, 구급차에 올라타기까지 내내 밝은 표정을 보였다. 그는 치료를 받을 때도 의료진을 대할 때마다 꽃처럼 환하게 웃고 명랑해 ‘꽃님이 할머니’라는 애칭을 얻었다.
할머니가 대기 중이던 구급차에 오르자 김정아 포항의료원 수간호사는 연신 얼굴을 만지며 “건강하시고 오래 사시라”는 인사말을 건넸다.
김기수 포항의료원 내과전문의는 “환자가 워낙 고령이고 거동이 불편해 낙상과 세끼 식사를 챙기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며 “최고령 확진자의 완치 소식이 아직 코로나19와 싸우는 고령의 환자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은숙 포항의료원 간호부장은 “대소변을 받아낼 때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다”며 “꽃님이 할머니가 젊은 사람도 힘들어하는 코로나를 이겨내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최 할머니는 퇴원 후 경북 경산시 서린요양원으로 돌아갔다. 자식으로 아들 셋을 뒀지만 모두 나이가 많아 병중인데다 할머니 또한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 지난 2012년부터 이곳에서 생활했다. 이날 손주 등 가족들은 포항의료원의 연락을 받고 요양원 앞에서 기다렸다 할머니를 맞았다.
할머니의 맏손자는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사할린이 일본 땅이었을 때 돈을 벌러 떠난 할아버지가 해방 후 러시아 땅이 되고 나서 돌아오지 못하자 홀로 아들 셋을 키우셨다”며 “많은 고생을 한 할머니의 신종 코로나 확진에 온 가족이 걱정했는데 완치돼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포항의료원 의료진들이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꽂아 드리고 할머니를 치료하는데 애를 많이 쓰셨다”며 “할머니가 신종 코로나를 이겨낸 건 의료진의 노고와 헌신 덕분”이라고 전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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