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입성을 앞두고 있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이용자 통신 비밀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는 논란이 일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일반에 공개돼 유통되는 디지털성범죄물을 관리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개인의 사적인 대화가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1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사업자의 디지털성범죄물 유통방지 의무 강화 법안은 사적검열의 우려가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인터넷 규제법(전기통신사업법ㆍ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에 불법 촬영물 삭제 및 접속 차단 의무를 부과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홈페이지, 앱 등에서 유통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관련 매출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터넷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카카오톡,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에서 불법 촬영물이 공유된다고 해도 모든 대화 내용이 암호화돼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에 기업이 이를 들여다볼 수 없으며, 법 때문에 단속을 해야 한다면 ‘사적 검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방통위는 설명자료를 통해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 중 디지털성범죄물에 대해 삭제 등 유통방지 조치를 하거나 기술적ㆍ관리적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지 개인 간의 사적인 대화를 대상 정보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신고, 삭제요청 등을 인지하면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방지 조치를 할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며, 사업자의 자체적인 모니터링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검열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사업자가 취해야 하는 기술적ㆍ관리적 조치는 이용자가 신고할 수 있는 기능, 이용자가 불법촬영물을 검색하거나 송수신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 경고문구 발송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안은 역차별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정작 n번방 범죄가 벌어진 텔레그램 등 해외에 서버를 둔 기업에는 국내 당국의 집행력이 미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관해 방통위는 외국 기업도 국내 법을 어길 시 규제하는 ‘역외규정’, 국내에 지사가 없는 기업도 한국 서비스를 위해선 대리인을 두도록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 등을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방통위 측은 “해외 사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 집행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조사와 행정제재를 실시하고, 국내외 사업자에 대한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 등 다양한 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며 “관계 기관과의 국제공조를 확대하는 등 해외 사업자에도 차별 없이 법이 적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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