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ㆍ‘손 씻기’ 불가능한 상황… 대규모 확산 우려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에서 열악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미얀마 로힝햐족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악몽을 비껴 가지 못했다. 좁은 공간에 100만명 이상이 모여 사는 환경에서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와 최악의 집단 감염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15일 세계보건기구(WHO)와 AFP통신에 따르면 로힝야 난민촌이 위치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서 난민 남성 한 명과 난민촌 인근에 거주 중인 현지 남성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 발생 소식에 방글라데시 정부와 WHO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달 8일 난민촌을 전격 봉쇄한 방글라데시 정부는 1,900명의 의심 환자를 격리해 검사를 시작했다. WHO 역시 정확한 확진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신속 조사팀을 현장에 급파, 방글라데시 정부와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지에서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고 있지만 보건 전문가들은 로힝야 난민들의 집단 감염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난민촌이 비닐과 대나무 등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움막 구조인데다, 먹고 씻을 식수도 거의 없어 방역의 기초인 ‘거리두기’ 및 ‘손 씻기’는 꿈도 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샘 브라운백 미국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는 “난민 캠프가 믿지 못할 정도로 혼잡해 안타깝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매우 빠르게 퍼질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은 2017년 8월 미얀마 군부의 유혈탄압이 시작되자 국경을 접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등으로 대거 이동했다. 방글라데시 정부의 수용정책 발표 후 110만명까지 규모가 커졌다. 일부 로힝야족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난민촌이 봉쇄되면서 밀입국선을 타고 말레이시아로 향했다. 하지만 말레이 정부는 감염병 전파 위험을 이유로 이들을 추방했고, 대다수 난민들은 여전히 바다 위에서 표류하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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