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이후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기침체에 직면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피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요구한 ‘마이너스 금리’에는 선을 긋는 대신 “심각한 경기 하강 위험이 있다”며 추가 부양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연준 의장의 강도 높은 경기침체 우려에 각국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됐다.
◇V자 반등? 고개 저은 파월
파월 의장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미국 경제 상황은 매우 불확실하다”며 “깊고 긴 충격은 경제 생산성에 지속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기 하강의 폭과 속도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이 수년 간 경제를 짓누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기 회복은 우리가 바라는 것보다 훨씬 느릴 수 있다”며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V자형 반등론’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문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선 “고려 중인 조치가 아니다”란 말로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신 정부에 추가 부양책을 주문했다. “추가 재정 지출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장기적인 경제 손실을 막고 강력한 경기회복을 가져올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미 기준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재정 투입 없이는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현지 언론은 “정부를 향한 연준의 이례적인 압박”이라고 평가했다.
◇살얼음판 투자 심리 급랭
파월의 경고에 증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준 의장의 경고가 곧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이미 짙게 깔려 있어서다. 세계를 덮친 역대 최악의 실업대란과 그에 따른 소비부진 등 실물경제 타격은 어느새 코로나19 이전 상태에 접근 중인 금융시장을 재차 고꾸라트릴 가능성이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미국 실업률이 연내 최고 25%까지 오를 수 있다”며 “대공황 때의 실업률 정점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13일 뉴욕 증시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2.17%)를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이 각각 1.75%, 1.55%씩 떨어지는 등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2%대 안팎 내림세로 장을 마쳤다. 14일 코스피도 0.80% 하락한 1,924.96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1.74%), 중국 상하이종합(-0.96%), 홍콩 항셍(-1.45%) 등 아시아권 투자 심리도 급격하게 위축됐다.
주가 수준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 업계 거물로 꼽히는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사 메니지먼트 창립자는 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뉴욕시장 주가는 (IT 버블이 한창이던) 1999년 이후 두 번째로 고평가 돼 있다”며 “증시가 바닥을 지났을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증시에 나타난 큰 폭의 랠리와 관련한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불안한 상황”이라며 “몇 달 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되는 한 소비자의 불안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