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득표율 20대 총선과 비슷
대구, 20% 이상 득표한 與 후보 11명
지난 총선 땐 20% 이상은 4명뿐
4ㆍ15 총선 결과는 표면적으로는 ‘고질적 지역주의의 부활’로 요약된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텃밭인 호남과 영남을 각각 싹쓸이한 결과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남의 선거구별 개표 결과를 따져 보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험지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율이 4년 전 20대 총선 때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영남 지역에서 참패했다. 대구 지역구 2곳(김부겸ㆍ홍의락 의원)을 지키지 못한 것을 비롯해 대구ㆍ경북에서 1석도 얻지 못했다. 20대 총선 때는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 6명이 승리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이번 총선에선 3명이 당선되는 데 그쳤다.
지역구 개수는 통합당이 싹쓸이했지만, 지역구 후보 득표율은 ‘통합당 독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대구 지역구 전체 득표율은 21%에 불과했지만, 20대 총선 때의 29.8%를 거쳐 이번 총선에선 28.9%를 기록했다. 20대 총선 득표율을 김부겸 의원(62.3%)이 한껏 끌어 올린 것을 감안하면, 이번 총선의 민주당 득표율이 주저 앉았다고 보긴 어렵다.
민주당은 대구 지역구 12곳에 전부 후보를 냈는데, 이 중 11명이 20% 이상 득표했다. 4년 전엔 4명뿐이었다. 낙선한 이승천(대구 동을)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20대 총선 때 24.26%에서 4년 만에 30.54%로 뛰었다. 부산(18곳)의 경우 이번 총선에서 40% 이상 득표한 민주당 후보가 16명으로, 20대 총선(8명)의 2배가 됐다. 울산의 정당 투표율은 범여권(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정의당ㆍ41.42%)이 미래한국당(39.59%)을 오히려 앞섰다.
물론 이 같은 추세가 지역주의의 소멸을 의미하진 않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4일 “박정희 시대의 지역주의를 경험한 유권자들이 나이 들면서 전통적 지역주의가 퇴색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영남 지역 득표율을 지킨 것에는 통합당의 난맥상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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