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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정년 연장하면, 청년 2명 구직 기회 잃는다

입력
2020.05.15 01: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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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일자리정보게시판을 지나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일자리정보게시판을 지나고 있다. 뉴스1

민간 분야에서 정년 연장으로 10명의 고령층 노동자가 수혜를 보면, 고령층 고용은 약 6명 늘어나는 반면 청년층 고용은 2명가량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청년층 고용을 줄이는 정도가 더 심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세로 정년 연장을 제도화할 필요성은 있지만,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는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DB) 정보를 활용해 지난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고령층(55~60세)과 청년층(15~29세)의 일자리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1958년생 등 정년 연장 수혜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사업체에서 정년 의무화 시행 이전에 비해 연령대별 고용이 상대적으로 어떻게 변했는지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 고용원 수 10~999인 규모의 비교적 소규모 사업체에서는 정년 연장 수혜자가 10명 증가할 경우 55~60세의 고용은 약 6명 증가했다. 정년 연장으로 퇴직 시기가 일괄적으로 미뤄져도 자발적 퇴직이나 명예퇴직 등을 감안하면 모든 직원이 정년까지 근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규모의 사업장에서 15~29세의 고용은 약 2명 감소했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제도적 정년 연장으로 인해 고령층 고용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청년 고용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고령층 고용 증가, 청년층 고용 감소 효과는 대규모 사업체일수록 더 크게 나타났다. 정년 연장 수혜자 10명당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는 △100~499인 사업체가 5명 △500~999인 사업체는 6.3명이었지만, △1,000인 이상 사업체에선 10명으로 나타났다. 또 반대로 청년층 고용 감소 효과는 △100~499인 사업체가 -1.9명 △500~999인 사업체는 -2.6명이었던 데 비해, △1,000인 이상 사업체에선 -10명이나 됐다.

기존 정년이 55세 이하였던 사업체는 정년 연장 수혜자 10명이 발생하면 청년층 고용이 4명가량 줄어든 반면, 58세 또는 그 이상이었던 경우에는 청년 고용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등 정년 연장으로 길어진 기존 고령층의 고용기간에 따라 청년고용 감소 폭도 달라졌다.

정년연장 수혜자 10명당 고령·청년층 고용 영향.
정년연장 수혜자 10명당 고령·청년층 고용 영향.

청년 고용 의무가 부여된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60세 정년 의무화 후에도 청년 고용이 증가했다. 이는 민간사업체와 운영원리가 다르고 고용 관련 별도의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고령층, 청년 고용이 증가하는 대신 40대 초반의 고용이 줄어들기도 했다. 한요셉 연구위원은 “사업체 규모가 크거나 고용 보호가 강한 산업 분야, 정년 연장 폭이 컸던 사업체에서 청년 고용 감소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년 연장을 시행할 때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요셉 연구위원은 “정년을 크게 증가시켜야 하는 기업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을 확대 시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신규채용을 줄여 청년 고용을 감소시킬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년연장이 결정되더라도 충분히 긴 시간에 걸쳐 시행해 노동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이 충분히 흡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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