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모 드러나는 수백억 횡령… 캄보디아 도피 前 이사 결국 자수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인 김봉현(46ㆍ구속)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한 뒤 수백억 자산을 횡령한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김 회장을 도와 향군 상조회 인수에 앞장섰던 전직 임원 두 명이 구속되면서다. 김 회장은 특히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 도피하던 와중에도 상조회 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3일 장모(38) 향군 상조회 전 부회장과 박모(48) 전 부사장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 전 부회장 등은 김 회장을 도와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향군 상조회를 인수하고, 김 회장과 함께 상조회 자산 약 378억원을 횡령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등)를 받는다.
김 회장은 컨소시엄을 앞세워 올해 초 향군 상조회를 인수한 뒤 상조회 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부사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짐사)에서 “김 회장이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으로 연락해 수차례 회사자금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부사장은 “지시에 따라 자금을 옮겼을 뿐, 돈의 목적지ㆍ사용처 등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당시 김 회장은 수원여객 횡령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도피 중이었다.
박 전 부사장은 김 회장이 상조회 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외부에서 긴급 수혈한 인물로 알려졌다. 박 전 부사장을 김 회장에게 소개해준 장본인은 김 회장과 함께 수원여객 자금 241억원을 횡령하고 해외 도피 중이던 김모(42) 전 수원여객 재무이사로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국내 도피 중이던 김 회장은 김 전 이사의 소개로 올해 1월 박 전 부사장을 직접 면접까지 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박 전 부사장의 사직서도 미리 받아두면서 횡령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부사장은 3월 초 상조회가 보람상조에 재매각되기 직전까지 한 달 가량 근무했다.
박 전 부사장과 함께 구속된 장 전 부회장은 효성이앤에스 대표 출신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향군 상조회 3차 매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22억원의 컨설팅비를 지불키로 약속하고 장 전 부회장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계약서까지 작성하고 중개 수수료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 전 부회장은 김 회장과 함께 향군 상조회를 인수한 뒤 자신의 회사로 향군 상조회 소유의 여주 학소원장례식장 등 자산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장 전 부회장은 이와 별도로 향군 상조회 횡령 사실을 숨기고 보람상조에 다시 팔아 넘기면서 계약금으로 25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장 전 부회장은 2017년 향군과 업무협약을 맺고 ‘나라사랑밴’ 사업을 벌인 적이 있다.
한편 김 회장과 박 전 부회장을 연결시켜준 김 전 이사는 도피 1년 만인 12일 캄보디아 이민청에 자수했다. 김 회장이 지난달 체포된 뒤 경찰에 '나는 수원여객에 아무런 권한이 없고 김 전 재무이사가 모든 범행을 주도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자신이 주범으로 몰리자 결국 자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이사는 수원여객 횡령사건이 터지자 지난해 1월 출국해 중국ㆍ마카오 등에서 도피 생활을 했으며, 도피자금은 김 회장이 마련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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