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ㆍ상해ㆍ협박죄+양형 고려요인은 가능

죽음에 따른 ‘민사상 책임’은 청구할 수도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린 서울 우이동 한 아파트의 경비원 최모씨가 10일 숨지기 전에 남긴 메모와 유서. 최씨 유족 제공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갑질’을 일삼은 입주민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가혹행위가 극단적 선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만큼, 갑질 입주민에게 죽음에 따른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 최모(59)씨의 극단적 선택을 둘러싸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자 엄벌을 요구하는 글이 이어졌다.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국민청원은 4일만에 30만명을 넘었다. 유가족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이중주차 문제로 언쟁을 한 아파트 주민 심모씨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했고, 되려 ‘모욕죄로 고소했다’ 등 협박을 당해 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모두 인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폭행죄, 상해죄, 협박죄 등으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심씨가 최씨를 수차례 고의로 폭행해 다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고소했다’거나 ‘돈을 많이 준비해놔라’ 등 협박을 했다는 증언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비원 최씨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망 현장에 입주민 심씨가 없었던 만큼 자살방조죄 등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물론 최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과정이 형량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는 있다. 이충윤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는 “폭행의 상습성이 인정된다면 가중처벌될 여지가 상당하다”며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했을 경우 경비업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 사망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물을 수 있다. 2014년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에게 폭언을 듣던 경비원이 분신을 시도해 끝내 숨진 사건에서도 법원은 유가족이 가해 입주민과 관리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위자료 2,500만원을 인정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입주민의 가해행위와 관리회사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사망이 발생했으므로 가해 입주민과 관리회사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고인과 유족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현행법으로는 갑질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사건 재발을 막기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많다. 특히 아파트 경비원을 향한 입주민들의 갑질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현행법이 사실상 경비원에 대한 사용자 지위를 갖는 아파트 입주민을 사용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최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북경찰서는 이번 주 내로 가해자 심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사건 당일 심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