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 40주년] 법정 간 헬기사격… “자위적 발포” 주장 반박할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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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40주년] 법정 간 헬기사격… “자위적 발포” 주장 반박할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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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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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재판… 全측 “헬기사격은 허구” 물증 요구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광주=서재훈 기자

‘기억의 재생이냐, 아니면 기억의 왜곡이냐.’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사건 재판은 이 두 정의(定義)를 놓고 검사와 변호인이 벌이는 법정다툼이다. 이 재판은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헬기사격은 없었다”고 허위사실을 적시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을 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5ㆍ18 당시 헬기사격은 계엄군 진압작전의 야만성과 잔학성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그간 시위대를 향한 집단발포(5월 21일)가 자위권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계엄군의 주장을 뒤집는 핵심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아직 미완으로 남아 있는 5ㆍ18진상규명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사들은 지금까지 12차례 광주지법 공판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내란목적)살인자의 기억을 소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 검사들은 전일빌딩 헬기 탄흔 감정서, 계엄사령부의 헬기사격지침 등 570건이 넘는 증거를 제시하고 목격자들(15명)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심지어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1995년 검찰 수사 결과를 뒤집는 자기부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과거 존재했던 헬기사격에 대한 기억의 잔상들을 증거를 통해 끄집어내겠다는 의도였다.

[저작권한국일보] 전두환 사자명예훼손사건 재판 일지 - 김문중 기자

그러나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건강 등을 이유로 재판부로부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불출석 재판 허가를 받아내며 검찰의 예봉을 피했다. 그러면서 입증책임이 있는 검사가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직접 물증을 내놔보라고 맞섰다. 정 변호사는 5ㆍ18 헬기사격으로 숨진 사망자 검시 기록이나 헬기사격 피해자 치료 기록, 헬기사격 장면을 직접 촬영한 사진 등이 있는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여기엔 40년이 흐른 데다, 5ㆍ18 이후 신군부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과 자료 조작으로 온전한 증거가 없을 것이란 정 변호사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기껏해야 낡고 해진 증거들로는 헬기사격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이를 바탕으로 헬기사격 증인들의 증언을 ‘기억의 왜곡’으로 몰아갔다. 증인들이 그날의 끔찍한 경험을 다시 꺼내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거나 말을 잇지 못하자, 정 변호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증인들이 과거의 기억을 선택적으로 재구성하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역공을 펼쳤다. 정 변호사는 “5ㆍ18 헬기사격은 추측과 억측이 만들어낸 허구”라는 주장까지 폈다.

이에 검사들은 5ㆍ18 당시 투입됐던 헬기조종사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검사들은 “헬기조종사 등 관계자들이 헬기사격과 관련해 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마다 진술을 바꾸고 있다”며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내란목적살인 공범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헬기사격 목격자의 주장(증언)을 반박하는 건 옳지 않다”고 몰아붙였다. 헬기사격을 직접 증명하기 힘든 상황에서 간접적으로 헬기사격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통해 유죄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검사가 다음 재판(6월 1일) 때 전일빌딩 헬기사격 탄흔을 감식한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분석실장과 김희송 전남대 5ㆍ18 연구교수를 핵심 증인으로 불러 신문을 진행키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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