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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 만남…삼성과 현대차, 미래차 ‘합종연횡’ 강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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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 만남…삼성과 현대차, 미래차 ‘합종연횡’ 강화할까

입력
2020.05.13 20:53
수정
2020.05.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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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이재용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례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재계 1, 2위 그룹 간 미래차 합종연횡에 대한 기대가 커지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빅5’ 제조사로서 자동차 관련 기술을, 삼성그룹은 반도체, 전장, 배터리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두 그룹이 협력할 경우 글로벌 미래차 시장에 대한 선도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충남 천안에 위치한 삼성SDI 배터리 사업장에서 만났다. 정 수석부회장은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 서보신 생산품질 담당 사장 등 주요 임원진을 대동했고, 삼성그룹 측은 이 부회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장(사장) 등이 맞이했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공식 행사 종료 후 오찬을 가지며 미래차 관련 비전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1968년생인 이 부회장과 1970년생인 정 수석부회장은 국내 대표적인 재벌 3세 경영자다. 2살 터울인 두 사람은 40대부터 그룹 경영 전반을 이끌어오며 기업 체질 개선, 미래 먹거리 확보 등 다양한 면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여왔다. 하지만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간 사업 협력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이날 만남은 단순 두 재벌 3세 간의 ‘환담’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관련 협력을 위한 첫걸음으로 풀이되고 있다.

삼성SDI 자동차 배터리. 삼성SDI 제공
삼성SDI 자동차 배터리. 삼성SDI 제공

전기차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라 불리며 4차 산업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2차전지 시장은 매년 25%씩 성장해 2025년 1,600억달러(약 18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올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을 6%로 끌어올리며 LG화학(27.1%), 파나소닉(25.7%), CALT(17.4%)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자동차 역시 ‘제2의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200만대 규모였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30년 1,40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대차 7만2,959대, 기아차 5만3,477대 등 총 12만6,436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글로벌 6위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는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까지 올라섰다.

현대자동차 차세대 전기차 콘셉트카 45.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차세대 전기차 콘셉트카 45. 현대자동차 제공

전문가들은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합종연횡을 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의 미래차 시장 경쟁력은 미국, 유럽, 중국 등과 견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44개의 전동화 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중 순수 전기차만 23종, 56만대를 판매해 전기차 시장 세계 3위를 목표로 한다. 원활한 배터리 수급을 위해 3차에 걸친 배터리 공급처도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1차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하고, 5년간 전기차 50만대(10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현재 2차(리튬이온), 3차(전고체) 계약을 위한 협력사를 모색 중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600㎞ 주행이 가능한 5세대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고, BMW그룹과 10년 간 4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기술력은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2차 차세대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될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삼성SDI와 현대차그룹은 이날 두 총수의 만남이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삼성SDI의 경우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해 호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고체전지' 기술 관련 인포그래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고체전지' 기술 관련 인포그래픽. 삼성전자 제공

다만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여전히 양사 협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800㎞ 주행과 1,000회 이상 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면서, 해당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만남으로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전장, 인포테인먼트 영역까지 협력이 확장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9조원에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하만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카오디오 분야에서 협력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LG전자, 보스(BOSE) 등으로 협력사를 교체해왔다. 하지만 두 오너가 미래차 분야에서 ‘맞손’을 잡게 되면 커넥티드카 분야에서도 다양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분야에서 미국 앱티브, 오로라 등 해외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은 것처럼, 전기차,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삼성그룹과의 협력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협력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를 시승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를 시승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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