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정종승 ㈜리트코 회장 인터뷰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잠잠해지면서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생산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한데다 중국발 황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미세먼지나 황사로 인해 외국인의 눈에는 마스크를 상시 착용한 모습이 한국인의 일상 이미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리트코는 하루 1,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터널, 승강장 및 열차 내부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저감 기술력을 인정받는 회사다. 십 수년 전부터 도로터널, 지하철 본선터널 및 역사 환기구 등의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제거하는 전기집진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주요 도로 터널과 대구도시철도공사 등에 공급해왔고, 최근에는 서울교통공사에도 공급을 시작했다.
임직원 200여명에 연 매출 800억원 규모의 이 회사는 유독가스와 먼지량 등 배출오염을 측정하는 ‘굴뚝 자동측정관제시스템(TMS)’, 도로터널과 지하철 등의 매연측정, 환기, 집진, 도로안전(결빙방지), 소방, 정보기술(IT)시스템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대란이 발생한 이후부터는 미세먼지 저감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또 미세먼지 및 바이러스 제거 시스템을 장착한 주거용 환기시스템도 개발 중에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하다 보니 애로사항도 많다. 방재시스템에서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는데도 막강한 ‘스프링클러 마피아’(sprinkler mafia)의 벽과 규제에 부딪혀 인증 받기가 쉽지 않다. 기존 스프링클러 업계의 막강한 영향력과 로비력 때문에 신기술이 진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종승 ㈜리트코 회장을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로 사옥에서 만나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등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때문에 최근 몇 개월간 미세먼지 예보가 다소 좋다.
“그 현상은 미세먼지 원인이 뭔지를 잘 알려주는 것이다. 국내 발생 원인외에도 외부 영향이 절반 이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중국 공장이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이 되니 대기질이 좋았다. 어쨌거나 우리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 등의 관심과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소비도 줄고 투자도 부실한 상황에서 ‘한국판 뉴딜’ 정책을 비롯, 재정투입이 시급히 늘어나야 한다. 예산 조기집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미세먼지 문제가 주요 이슈였다.
“미세먼지야말로 국민 생활건강과 안전에 해를 주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적 과제이지만, 정부가 실효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황사가 날아와 제주도까지 덮어 버린다. 사람이 자주 이용하는 지하공간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 과제 아닌가 한다. ”
-어떤 기술이 사용되나.
“미세먼지를 거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필터도 종류가 많은데 일반적으로 필터는 갈아줘야 하는 소모품이고 초미세먼지를 거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초미세먼지를 거르기 위해 필터를 너무 촘촘히 만들다 보면 바람이 통하지 않는다. 우리가 만든 양방향 집진기는 초미세먼지까지 잡을 수 있는 기술인데 사용처에 적합하도록 개발했고 수많은 시범설치와 테스트를 거쳤다.”
-주로 어디에 많이 설치되나.
“대구도시철도공사와 공동연구를 해 십 수년 전부터 설치해왔다. 수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었고 계속 문제점을 개선해 지금은 완성도가 매우 높아졌다. 국토교통부나 환경부, 지하철 공사에서 우수사례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었다. 최근 서울지역 지하철에도 공사를 시작했고 추가 계약을 준비 중이다.”
-지하철 환기구가 전기료만 들어갈 뿐 미세먼지 거르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지하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자했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적합한 기술이 개발되지 못해 효율이 미흡한 제품을 사용해왔다.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역사나 열차 내부에 공기청정기, 역사 환기구에 여러 제품을 설치하지만 보조적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더욱더 획기적 저감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투자를 잘못했다는 건가.
“실효성 있는 기술과 대안에 더 집중했으면 예산절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루 1,000만여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경우, 내부 공기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하루 11~19시간 송풍기를 가동시킨다. 그 전기료가 연간 수백억원대다. 그런데 터널 속에 있는 엄청난 먼지를 빨아들여 시민에게 내뿜는다. 반대로 도로변에 오염된 공기나 황사가 있어도 그 공기를 빨아 들여 지하로 보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먼지가 몰려다니는 통로에 간단히 집진기만 설치해도 된다. 송풍기를 러시아워에만 가동하고, 열차풍에 의한 공기 유입·유출 때 집진상태를 유지하면 비용 절감은 물론, 전체 공기를 깨끗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미세먼지가 지하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빌딩내부나 건설공사장 환기시스템, 터널을 뚫거나 지하 시설물을 뚫을 때도 팬으로 공기를 빼 낸다. 거기서 엄청난 양의 먼지가 밖으로 배출된다. 도로 터널에서도 팬으로 내뿜기만 하니 2차 오염을 유발한다. 서울 남산 터널에서 많은 자동차들이 먼지를 몰고 나오는데 그 먼지가 어디로 가겠나. 팬으로 불어 내면 결국 주민이 다 마신다. 깨끗이 걸러 밖으로 배출시키는 쪽으로 환기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미세먼지가 특히 심각한 곳은 지하공간이다. 먼지 구덩이에서 많은 시민이 다니게 해선 안 된다.”
-경쟁사가 많을 것 같다.
“집진기를 만드는 회사는 대한민국 내 다수 기업이 있고 중국에도 수백 개 회사가 있다. 집진기를 만드는 대부분의 회사는 고농도의 굵은 먼지를 거르는 기술을 갖고 있다. 우리는 발전소 등 공장보일러 후단에서 발생되는 고농도의 굵은 먼지를 거르는 기술과 달리 대기나 지하공간에 존재하는 저농도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20년 전 노르웨이 기술을 수입해 대관령 진부터널 등에 설치했다. 그 기술을 개선시키고 국산화했다. 도로터널용으로 미세먼지를 거르는 초기의 기술을 개발했던 유럽 회사는 수요 부족으로 도산했다. 도로터널용 집진 기술을 보유한 업체도 우리 및 일본의 몇개 업체에 불과하다. 지하철 터널의 환기구에 설치할 수 있는 단방향 또는 양방향 고효율 전기집진기를 실제로 개발해 현장실증시험을 거쳐 상용화한 회사는 우리 밖에 없다. 일부 회사는 지하철 환기구 용으로 개발 검증된 기술이나 제품을 확보하지 못하고도 우리 사업을 방해하려 많은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실제로 현장에 적용 가능한 더 좋고 유사한 성능의 기술제품을 개발했다면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실내용으로 만들면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것도 걸러낼 수 있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많진 않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공기청정기는 내부에서 공기를 걸러도 환기를 시킬 때 창문을 열면 미세먼지가 다시 들어온다. 그래서 밖에 있는 공기를 팬으로 빨아들여 찬 공기는 따뜻하게, 더운 공기는 시원하게 해 집진기를 거쳐 내부로 넣어 주고 다시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빨아내는 실내용 제품을 개발 하고 있다. 특허출원도 했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기술을 포함한 주거용 환기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스마트버스 쉘터라는 것이 이색적이다.
“서울 강남구청과 함께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 ‘미세먼지 없는 버스 정류장’을 시범 설치했다. 바깥 공기를 팬으로 빨아들이는데 거기에 집진기를 설치해 미세먼지를 완전히 걸러 낼 수 있게 했다. 정류장 내부는 미세먼지가 ‘0’에 가깝다.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샤르자시에도 버스 쉘터 여러 개를 준공했다.”
-터널 관련 기술도 적지 않은 것 같다.
“터널 안에는 보이지 않는 시설물이 많이 있다. 팬, 매연 측 정기, 가시거리 측정기, 풍향 풍속계, 라디오 재방송, 화재 감 지기, 소화설비 등이다. 남산 1호터널, 창원터널 등 우리가 700건 이상의 터널시설 공사 실적을 가지고 있다. 그 실적으로 중동국가에서 사업도 했다.”
-우리나라 도로터널 및 특수시설물에 대한 안전기준이 국제 규격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도로터널의 소방안전시설물 설치기준은 20여년 전에 당시 관련기관이나 수요처 담당자 및 일부 연구기관 관련자 몇 명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었다. 예를 들면 1㎞ 넘는 터널에만 환기, 화재감지 및 제어시스템을 설치한다든가, 4㎞ 이상 되는 터널만 ‘물분무 소화 설비’를 설치한다고 정한 것 등이다. 국토교통부에서는 그걸 인용해 기준을 만들었고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따라 하고 있다.
그런데 미흡한 부분이 너무 많다. 실제로 도심터널이나 지하 차도의 경우 300~500m 길이의 터널에도 화재감지기나 제연팬 및 자동소화설비 등이 필요하다. 고압선이 흐르거나 유류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스프링클러에서 굵은 물이 떨어지면 불이 더욱 번질 수 있으므로 고압으로 안개를 쏘는 ‘고압미세 물분무소화설비’ 사용이 선진유럽, 중동 등 전세계적으로 장려되고 있다. 따라서 신기술로 세계적 추세인 고압미세물분무소화설비를 도로터널, 지하철, 고층빌딩 및 특수시설물 등에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소방방재청과 관련 업계도 책임이 있다고 보나.
“전 세계가 기준으로 삼는 인증기관인 NFPA(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규정에 따라 소방방재청에서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업체가 공사를 해야 하는데, 그 기준을 따르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소방제품의 형식 승인이나 개별검정 업무를 모두 특정기관이 독점하고 있으며 신기술제품에 대한 인증 문턱이 너무나 높고 때로는 불가능하다. 일부 고압미세 물분무설비 설치가 가능하도록 법제화는 되었으나 실제 형식승인을 받는 데는 수많은 난제가 있어 국내사업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좋은 국내제품을 해외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는 기존 스프링클러 업계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우리나라 소방안전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인가.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에 1,000억원 규모의 지하철 내부 공사를 하고 있고 두바이에서는 터널 공사를 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한국 제품이라면 좋다고 인식이 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 제품을 쓸 수 없다.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더 이상 중동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중국, 인도, 터키 업체들이 이미 토목공사나 건축공사를 국내업체의 반값에 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IT나 소방, 등기구 등 중소기업 제품을 파는 건데 규정이 맞지 않아 엄청난 틈새 시장을 놓치고 있다.”
-정부의 일괄 발주방식 때문에 전문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정부 발주공사는 통상 대기업에게 발주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IT, 소방, 기계전기 같은 시스템은 중소기업 영역 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다 분리발주를 한다. 우리나라는 정부 발주공사의 경우, 대기업이 상당부분 많이 수주한다. 일례로 수주 후에 여러 세부 사업으로 나뉘어져 송풍기, 기계설비, 전선, 배관, 화재 감지기, 등기구, 자동제어 등등으로 분리하여 하도급 또는 재하도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수주사업이 내려오다 보니 중소기업은 헐값 수주로 점차 어려워지는 구조이다.”
-일괄발주 방식이 대기업 이권과 관련이 있나.
“처음부터 정부가 MEP(기계·전기·배관)라는 걸 분리발 주 해 중소기업이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몇몇의 대기업 의 중소기업에게는 하도급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자회사에 줄 때가 많다. 정부 프로젝트를 수주한 후 고가로 관련 자회사에 밀어준다. 자회사는 사실상 부가가치 창출 없이 관련 중소기업에게 가야 할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피폐해지고 연구개발투자나 필요한 우수인력을 새로 구할 수 없어 빈사상태가 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수많은 중소기업의 안정적 고용창출과 국가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요즘은 기업이 정부 눈치 보느라 내부거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다. A기업은 B기업 자회사에 주고, B기업은 A기업 자회사에 준다. 이런 말 하면 내가 장사 못 하는데, 대기업에서 가만 안 둔다.(웃음) 이건 아주 간단한 거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떠나 경쟁력 있는 기업은 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살수 없는 것이 자본주의의 원리다. 다만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마당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기업에 모든 자본, 금융, 인력, 정보 등이 집중되고 대부분의 정부 및 지자체 사업 또한 중소기업부문에 대한 분리 발주 없이 대기업에 일괄 발주되고 다시 그룹사에서 내부거래 등을 하면 중소기업은 성장은 고사하고 설 자리를 잃는다.”
조재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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