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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재개로 한발씩 나아가지만… 美도 유럽도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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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재개로 한발씩 나아가지만… 美도 유럽도 ‘우왕좌왕’

입력
2020.05.14 04:30
수정
2020.05.14 07: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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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테슬라 가동” 의지… 파우치 등 “조급하면 고통 배가” 경고

봉쇄 완화 중인 獨ㆍ英 등서도 “2차 유행 올 것” 시기상조 목소리 확산

“백신 개발 전까지 ‘추진과 제동’ 거듭 반복” 예상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공장 재가동 계획을 밝힌 후인 12일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에서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프리몬트=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공장 재가동 계획을 밝힌 후인 12일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에서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프리몬트=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감염병 대응 방향을 ‘경제 재개’로 틀었지만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공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2차 유행’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나 지역은 봉쇄령 완화 시점을 늦추거나 봉쇄령을 재발동하기도 한다. 경제 재개의 필요성과 절실함은 크지만 누구도 자신있게 가속페달을 밟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선 경제 재개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선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2일(현지시간) 상원 화상청문회에서 “조급하게 경제를 재개한다면 피할 수 있었던 고통과 죽음을 겪을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그는 “각급 학교가 개학하는 가을까지 백신이나 치료제 이용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같은 날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평가연구소도 “지금의 경제 재개 속도라면 8월까지의 사망자 전망치가 당초보다 1만명 늘어난 14만7,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이은 경고로 일부에선 정상화 속도를 늦추는 사례가 현실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카운티는 자택대기명령을 7월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버지니아주도 15일로 예정된 워싱턴 인근 제한조치 해제를 29일까지 미뤘다. 미국 내 최대 규모의 4년제 공립대학인 캘리포니아주립대(CSU)는 “23개 캠퍼스의 대부분 (가을학기)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경제 재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캘리포니아주는 테슬라가 공장 문을 다시 열도록 내버려 두라”고 썼다. 당국의 허가 없이도 공장을 재가동하겠다며 주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유럽 주요국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방역 모범국 독일에선 코로나19 재생산지수가 9일부터 사흘 연속 ‘확산세’로 나오자 봉쇄조치 완화를 예정대로 진행할 지가 도마에 올랐다. 보건당국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자신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2차 유행 초기 징후’로까지 규정했다.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경제 재개 일정을 늦춘 채 해당지역 봉쇄를 연장했다.

근래 봉쇄조치를 완화해온 이탈리아는 이날 하루 신규 확진자(1,402명)가 1,000명대로 재진입해 우려를 키웠다. 지난 10일 봉쇄조치 완화를 천명한 영국에서도 누적 사망자가 4만명을 넘어서자 ‘시기상조’ 여론이 커지고 있다. 역내 국경 제한부터 풀자는 유럽연합(EU)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졌다. 에리카 블리게 벨기에 앤트워프의대 교수는 “스키 여행철 직후인 2월이 유럽 내 확산 기점이 됐듯 여름휴가 이후 새 유행이 몰아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제3세계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해외에 고립된 자국민 귀국을 확대한 파키스탄은 12일 하루 신규 확진자(2,255명)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주부터 자택대피령 완화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했던 레바논은 재확산 조짐이 보이자 12일 밤부터 다시 4일간 전면 봉쇄에 돌입했다.

이 같은 혼란은 무엇보다 감염병의 특성상 국가ㆍ지역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어서 동일한 기준이나 명확한 전략 수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 CNN방송은 “세계 각국이 추진하는 경제 재개의 시기와 정도가 모두 다른 불균형 상태에선 경제 회복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자재를 해외에서 공급받는 제조업은 해당 국가의 봉쇄령만 완화된다고 해서 공장을 100% 가동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순조로운 경제 재개를 기대하지 말라”(무함마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감염병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낮출 백신이나 치료제의 부재와 맞물려 있다. 1918~1920년에 유행한 스페인 독감도 2차 유행 때의 피해 규모가 1차의 5배에 달했던 만큼 현 상황에서 경제 재개의 속도를 내는 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백신ㆍ치료제 개발 전까지는 대규모 검사ㆍ추적 시스템, 위생수칙 준수 등 방역의 기본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블리게 교수는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경제 재개가) 추진과 제동을 거듭 반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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