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국립국어원 격인 ‘아카데미프랑세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의미하는 ‘코비드-19(Covid-19)’를 여성명사로 지정했다. 첫 사망자가 나온 지 석 달이나 지난 시점에, 그것도 정부와 언론이 남성명사로 사용해온 상황이라 뒤늦은 이번 결정이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카데미프랑세즈는 지난 7일(현지시간) 공지를 통해 “코비드-19 신조어는 여성명사”라고 규정했다고 프랑스 현지 언론들이 12일 전했다. 코비드-19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019(Coronavirus Disease 2019)’의 약어다. 중심 명사인 ‘Disease’(감염증)의 프랑스어인 ‘Maladie’가 여성명사이므로 여성형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게 아카데미프랑세즈의 논리다. 이들은 “미국 연방수사국(FBIㆍ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도 프랑스어로 하면 ‘Bureau fédéral d’enquête’인데 ‘Bureau’가 남성명사여서 FBI도 남성형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뜻 보면 일리 있는 설명인 듯하지만 이미 통상적으로 코로나19가 남성형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성차별적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실제 프랑스 언론은 물론 일상 생활에서도 현재 코로나19를 남성명사로 사용하고 있다. ‘코비드-19’라는 명칭이 정립되기 전부터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를 사용해왔는데 프랑스어권에서는 ‘바이러스’가 남성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카데미프랑세스 측은 뒤늦게 ‘감염증’이 중심명사이니 이를 여성명사로 규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아카데미프랑세즈가 ‘관습이 법을 만든다’는 또 다른 법칙을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AFP통신도 “아카데미프랑세즈 회원들은 대부분 연로한 남성들이라 보수적”이라며 “이 곳은 지난해에야 처음으로 의사ㆍ교수ㆍ변호사 등 전문직에 여성명사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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