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압박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그간 시장 일각에서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세한 것이다. 하지만 연준을 비롯해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아 논란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더 떨어져야” 트럼프 속내는
13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다른 국가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혜택을 본다면, 미국도 이런 선물(gift)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트윗을 날렸다. 연준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춘 데 이어, 지난달 29일 금리를 동결한 지 2주일 여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금리인하 요구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꺼낸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언급한 트럼프의 속내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미국 재정적자와 관련이 깊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충격이 현실화되면서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 미국 경제가 -30~40%대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꺼내 들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선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 국채 가격과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국채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는데, 마이너스 금리가 되면 국채 발행에 대한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에선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돌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0.09%까지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다, 그에 앞선 7일 내년 1월 만기가 돌아오는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선 금리가 실제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시장 참가자들이 올해 연말 연준의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최대 투자은행 JP모건 역시 이날 보고서를 통해 “-0.1% 같은 상당히 약한 수준으로 매우 장기간 유지되는 것만 아니라면 위기에서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은행 타격 커”….연준은 가능성 일축
하지만 현재로선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현실화 전망은 높지 않다.
우선 시중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될 거란 우려가 크다. 은행 간 대출금리인 기준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중앙은행인 연준에 돈을 맡긴 은행들로선 이자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보관 수수료를 물게 된다. 은행으로선 돈을 쌓아두기 보다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역마진이 불가피해 은행 수익성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는 주장이다.
앞서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던 일본과 유럽도 기대했던 경기회복세는 미미한 반면, 증시가 하락하는 등 경기둔화 우려만 커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이미 제로금리였던 국가들이 금리를 더 낮춘 사례가 없다는 건 수 년간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며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준도 마이너스 금리에 계속 선을 그어 왔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는 미국에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금리는 꽤 오랜 기간 0%대 근처에 있을 것”이라며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13일(현지시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주최하는 웹세미나에 연사로 나선다. 금융시장에선 이날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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