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클럽 방문자를 중심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서울은 물론 인천, 경기, 부산, 대구, 강원, 충북, 전북, 경남, 제주 등 전국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3일 오후 6시 현재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와 각 지자체가 파악한 전국의 이태원 발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최소 120명으로 집계됐다.
인천에서는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20대 학원강사 A씨가 9일 확진판정을 받은 직후, 직업이 없다고 방역당국에 거짓 진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뒤늦게 이날 오후까지 최소 11명의 관련 확진자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모 대학 4학년 재학 중인 A씨는 과외교습 장소와 학원에서 중ㆍ고교 학생을 가르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감염을 확산한 결과를 초래했다.
A씨가 거짓말을 한 대가는 무더기 확진으로 돌아왔다. 이 남성이 감염원으로 확인되거나 추정되는 확진자는 학생 7명, 성인 4명 등 총 11명이다. 우선 강의하던 인천 미추홀구 학원에서만 고1 학생 4명, 고3 학생 1명 등 5명이 감염됐다. 이밖에 A씨가 과외수업을 한 여중생과 어머니와 남동생이 추가로 확진됐고, 남매를 가르치던 다른 과외교사도 이날 감염이 확인됐다. 이 과외교사의 경우 이태원 발 감염의 첫 ‘3차 감염’ 사례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인천시 보건당국은 이미 과외교사를 3차 감염 사례로 분류했다. 이들 확진자 가운데엔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주말 교회 예배에 참석한 경우도 있어 인천시가 접촉자로 확인해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인원은 학생과 교인 등을 포함해 1,400여명에 달한다. 방역당국은 A씨의 거짓 진술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 1 총괄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초기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방역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추가감염 확산 이후에 대응할 수 있게 돼 방역 노력에 커다란 구멍이 된다”고 말했다. 인천시 당국은 잘못된 정보를 줘 방역을 방해한 A씨에 대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클럽 방문자의 접촉자 가운데 발병하는 사례가 늘면서 환자의 연령대도 넓어졌다. 부산에서는 확진된 방문자의 부친(60대)과 조카(1세)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환자 분포는 20대(73명)와 30대(23명)에 집중돼 있지만 19세 이하(11명)와 60대(3명)도 있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1세 어린이부터 84세 어르신까지 2차 접촉자가 발생했고 특히 부모, 조부, 조카, 형제 등 (방문자) 본인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서부터 먼저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의 지역사회 확산을 의미하는 3차 감염을 최소화하려면 클럽 방문자들 가운데 있을 감염자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야 한다고 판단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중안본 회의에서 이태원 클럽 방문자 전원을 이번 주 안으로 찾아내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태원 일대 유흥업소가 문을 처음 열었던 지난달 24일부터 초발환자로 꼽혔던 용인시 66번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은 이달 6일까지 이태원 클럽의 방문자를 추적하는 작업은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당초 클럽 5곳의 출입자 명단을 통해 파악한 5,517명 가운데 여전히 1,800여명에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정부가 출입자 명단 파악에 나선 이태원 클럽이 9곳으로 늘면서 추적이 필요한 방문자 수는 더욱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보건당국은 이태원 집단감염 관련해 2만2,000여건의 신종 코로나 검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수의 환자가 방문한 이태원 업소라도 상호는 첫 환자의 동선을 공개할 때만 밝히고 해당 클럽 방문자에 한해 전화번호 등 연락처만 남기고 검사를 시행하는 ‘익명검사’를 이날부터 전국으로 확대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라며 “3차 감염으로 확산할 경우 공동체 전체에 피해가 갈 수 있음으로 (해당되는) 국민은 바로 검사에 응하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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