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 10명 중 9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대비해 유치원 수업일수를 대폭 감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원의 등원 시작 이후 집단 감염 우려에 대해서도 96.4%가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3일 ‘코로나19 사태 속 유치원 법정 수업일수 및 보건인력 현안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7~10일 3일간 전국 국ㆍ공립 유치원교사 4,52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유치원 교사의 98.4%가 “올해 유치원 연간 수업일수 162일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장기 휴원에 대응하기 위해 연간 법정 수업일수인 ‘180일 이상’에서 10% 감축한 것이다.
현 수업일수가 부적절한 이유로는 ‘초등학교 방학기간 등원으로 인한 병설유치원 영양ㆍ보건 공백’ 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99.2%). ‘초등학교 방학 중 진행되는 스프링클러ㆍ석면제거 공사에 유아 노출’을 우려하는 경우도 많았다(97.4%).
이는 전국 국공립 유치원 4,972곳 중 4,554곳(91.5%)이 병설유치원이기 때문에 생기는 우려다. 올해 감축분이 반영된 초등학교 수업일수는 3학년 이하가 171일, 4학년 이상 고학년은 173일로 유치원보다 많다. 그러나 초등학교가 이미 온라인 개학으로 수업일수를 채우고 있는 반면, 유치원은 오는 27일 개학 이후 방학을 줄여가며 등원수업을 해야 이를 채울 수 있다. 결국 초등학교가 여름방학을 한 이후에도 유아들만 수업을 하게 돼 초등학교와 공유하던 급식ㆍ등원차량 등 지원이 어려워 질 거라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들은 현재 유아 전담 보건인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설문에 따르면 현재 유치원 전담 보건인력이 있다고 답한 경우는 6.8%에 그친다. 초등학교 보건교사가 초등ㆍ유치원 업무를 동시에 한다는 응답도 8.2%였으며, 81.4%는 유치원 교사가 신종 코로나 관련 방역을 전담한다고 답했다.
왕정희 전교조 유치위원장은 “발달과정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유아들을 데리고 더운 여름에 마스크를 씌운 채 수업을 하는 것은 아동학대나 다름없는 일”이라며 “면역력이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의 감염 예방을 위해서라도 수업일수를 20%까지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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