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가 기존에 알려진 시각보다 더 일찍 사건을 인지했다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조위는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늑장 대응 비판을 피하기 위해 참사 인지 시점을 고의로 조작했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특조위는 13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까지 알려진 청와대의 참사 최초 인지ㆍ전파 시각이 객관적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 등 관련 혐의를 확인해 검찰에 수사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비서실장을 비롯한 박근혜 청와대 인사들은 국회, 법원 등에서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19분 YTN 뉴스의 자막 속보를 통해 사고를 최초로 인지했다고 주장해 왔다. 최초 인지 시점으로부터 5분 후인 9시 24분 참사 사실을 청와대 내부에 전파하고 대통령 보고ㆍ초동조치 등을 수행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그러나 특조위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참사 당일 오전 9시 19분 35초에 이미 국가안보실 전원과 정무ㆍ국정기획수석 등 153명의 청와대 직원에게 상황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전파했다. YTN은 당시 “진도부근 해상 500명 탄 여객선 조난신고”라는 자막을 내보냈는데, 같은 시각 전파된 문자는 “08:58분 전남진도 인근해상 474명 탑승 여객선(세월호) 침수신고접수, 해경확인”으로 훨씬 상세했다. 박병규 특조위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장은 “유관 기관을 통해 메시지에 기재된 탑승 인원(474명)을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메시지가 발신된 9시 19분보다 최소 10분은 일찍 상황을 인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특조위는 참사 인지 경위 및 시각을 허위로 기재한 자료를 작성하고 국회 등에 제출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김 전 비서실장과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 4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하기로 했다. 2017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해 잘못된 참사 인지 시각을 밝힌 김 전 1차장에게는 위증 혐의도 적용됐다. 박 진상규명국장은 “당시 청와대가 뉴스 속보, 해경 보고에 앞서 상황을 인지했다면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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