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高考)를 앞둔 중국 고3 수험생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학이 늦어져 마음이 급한데 하필 재수 기회마저 좁아져 내년을 기약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역대 가장 불쌍한 고3’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구이저우ㆍ쓰촨ㆍ윈난ㆍ헤이룽장성 등 중국 각지에선 지난달부터 재개된 고3 개학에 맞춰 속속 공립고등학교의 재수반 폐지 방침이 발표되고 있다. 중국은 고교 졸업생이 대입시험에 재도전할 경우 일반고에서 수업을 듣는 이른바 ‘고4 재수반’ 제도를 운영해왔다. 사교육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일부 명문고는 연간 비용이 3만8,000위안(약 653만원)까지 치솟기도 하지만 통상 1만위안(약 172만원)에 입시를 다시 준비할 수 있다. 재수생은 저렴한 학비로 고3 과정을 복습하고 학교는 가외수입이 생기니 서로 윈윈하는 구조다. 외교 소식통은 “예체능이야 학교에서 전문적으로 배우기 어렵지만 왜 일반 입시과목을 공부하러 사설학원에 다니는지 중국 교사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이 같은 풍조에 태클을 걸었다. 고교가 공공의 교육자원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고 학생들의 재수를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대학 합격 후 취업 유불리 때문에 재수를 준비하느라 캠퍼스의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올해 중국 대입 응시인원은 1,071만명으로 지난해보다 40만명 늘었다. 이 중 재수생은 180만명(16.8%) 가량이다.
시험과목도 대폭 바뀐다. 올해는 7월 7일 어문과 수학, 8일 문과ㆍ이과 종합과목과 외국어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이처럼 단순하던 방식이 내년에는 ‘3+1+2’로 복잡해진다. 어문 수학 외국어 3과목은 공통으로 치르고 물리와 역사 중 1과목, 여기에 화학 생물 지리 정치 등 4과목 가운데 2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달라진다.
문과와 이과 시험과목의 구분을 없애고 선택과목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과목별 난이도를 놓고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내년에 수험생이 되는 현재 고2 학생들은 이미 바뀐 제도에 적응하고 있지만, 만약 올해 재수를 결심한다면 내년 시험과목이 크게 늘어나 학습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예년보다 등교 개학이 두 달 가량 연기되면서 대입 준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처지다. 교육당국은 1977년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시험 시기를 6월에서 7월로 늦추긴 했지만, 입시제도 자체가 재수를 억제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수험생들의 압박감은 커지고 있다. “올해 대입 실패는 무엇을 의미하나, 그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엄중할 것이다.” 중국 수험생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어른들의 살벌한 격려 메시지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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