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州)를 제외하고 사실상 미국이 경제 활동 재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미국 국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힘쓰는 주지사를 더 선호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들은 경제 활동을 원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1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입소스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8,086명의 미국 국민 중 71%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주지사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나와 연방정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결코 그런 수치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인공호흡기부터 진단 검사까지, 우리가 성사시킨 것”이라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상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국민들은 경제 재가동을 원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여론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이번 조사에서 74%의 미국민들이 “미국에서 기업들이 영업을 중지해야 한다 할지라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응답자 중 25%만이 “감염자가 증가해도 기업의 영업활동을 재개하고 경제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경제 재개방에 신중한 주지사들일수록 국민들의 인기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의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지사는 86%의 지지율을 얻어 주지사 중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드와인 주지사는 코로나19에 대응해 적극적인 봉쇄 조처를 취하고 제재를 해제하는 데 신중한 인물로 평가된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81%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반면 코로나19 방역에 신중히 대응하지 않으면서 경제 재개에는 선두에 섰던 공화당의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는 39%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WP는 “국민들은 더 이상 발병에 대처할 필요가 없다고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직장으로 복귀하기를 원한다”며 “이는 결국 고용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이날 경제 활동을 너무 빨리 재개한다면 “미연에 피할 수 있었던 고통과 죽음”을 겪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주정부가 연방 지침을 따르지 않고 경제 활동을 재개하도록 허용한다면 인명 피해와 추가적인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각 주와 도시가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