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에 가장 분노하고 있는 이들은 아시아계 미국인, 그 중에서도 중국계 미국인들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전날 기자회견 도중 중국계 미국인 기자와 설전을 벌이면서 ‘인종 차별 논란’이 불거진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중국이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한 일에 대해 매우 화가 나 있다”며 “이 중에서도 중국계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화가 나 있다”고 썼다. 이어 “나는 그들(아시아계ㆍ중국계 미국인들)을 탓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ㆍ은폐한 탓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벌어졌다며 ‘중국 때리기’ 공세를 높여왔다. 그러나 그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공식 명칭인 코로나19 대신 ‘중국 바이러스’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등 중국계 미국인들에 대한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전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미 CBS방송의 웨이자 장 중국계 기자와 언쟁을 벌여 ‘인종차별 논란’에 다시 한 번 휘말렸다. 그는 장 기자가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현황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을 하자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고, 아마도 그건 중국에 물어봐야 할 질문일 것”이라고 쏘아붙이며 중국에 책임을 돌렸다.
이에 장 기자는 ‘왜 (하필 중국계인) 내게 콕 집어 그런 말을 하느냐’라고 반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누군가를 콕 집어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런 못된(nasty) 질문을 하는 누구에게든 나는 이렇게 말한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행을 두고 일각에서는 인종차별적,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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