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간호 직무에 최선을 다할 것을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들과 협조하여 내가 맡은 환자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나이팅게일 선서 그대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는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부족한 의료장비, 끊임없는 감염 위험에도 굴하지 않고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헌신해 왔다.
지난 2월 대구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간호사를 비롯한 전국의 의료진들은 앞다퉈 대구로 달려갔다. 당시 급증하는 환자 수에 비해 대구 지역 의료진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한계 진료시간을 넘긴 후 땀에 젖은 방호복을 벗은 이들의 얼굴엔 마스크 자국, 고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어느새 이들의 이마와 코에 붙은 반창고는 코로나와 싸우는 간호사의 상징이 돼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이어 온 이들의 필사적인 노력은 차츰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사태 속에도 총선을 무사히 치렀고, 가장 모범적인 대응이라는 세계의 찬사와 부러움을 이끌어냈다.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는 동안에도 전국의 음압병동에선 의료진의 사투가 멈춘 적이 없었다.
지난 황금연휴 기간 발생한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사태는 의료진의 헌신과 노력을 한 순간에 무너뜨렸고 국민들에겐 허탈감을 안겼다. 연휴에도 쉬지 못했던 의료진은 또 다시 선별진료소마다 늘어선 검사 대상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작은 방심이 언제든 일상을 위협하고 의료진을 사선으로 내몰 수 있다는 교훈을 왜 미리 얻지 못했을까.
코로나19 국내 발병 105일째인 12일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이자 35번째 ‘국제 간호사의 날’이다. 묵묵히 굵은 땀방울을 흘려 온 의료진, 사투 속에서도 미소와 희망을 잃지 않은 간호사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정리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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