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 前 환자 30여명 진료… ‘용인 66번’과 동선 다른 확진자 2명 발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서울 이태원 클럽 방문자가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이들이 확진 전 방문한 장소나 접촉한 사람들로 인한 전국적인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당국의 검사 종용을 피해 ‘잠행’하고 있을 3,000여명의 클럽 방문자들을 통한 지역사회 전파는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보건당국은 12일 “초발 환자가 2명 이상이다”고 밝히며 사실상 ‘황금연휴 이태원’과 관련 없는 지역감염이 이전에 발생했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서울시가 이태원 방문자 1만명 이상의 기지국 접속 정보를 통한 감염원 추적 등 광범위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전혀 감지할 수 없는 확산세가 이미 무르익었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12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 집단발병과 관련이 있는 확진환자는 102명(정오 기준)에 이르렀다. 당장 이날 새롭게 확진판정을 받은 전북 김제시 거주 30대 공중보건의의 경우, 이달 5일 이태원의 주점과 클럽을 찾은 이후 11일까지 김제시 보건소지소 등에서 근무하면서 환자 30여명을 진료했다. 정부가 이태원 지역 방문자의 자발적 검사를 호소했지만 이 공중보건의는 11일 오후에야 검사를 받았다. 11일 확진판정을 받은 경기 부천시 20대 남성도 3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6, 8일 백화점에 출근해 근무한 것으로 조사돼 아직 드러나지 않은 지역사회 전파가 상당할 가능성이 있다.
보건당국은 이태원 집단발병 배경에 바이러스의 연결고리가 하나 이상 다양하게 형성됐고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는 것은 “틀림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이태원 클럽 집단발병과 관련해 첫 전파자로 추정된 경기 용인시 66번 환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 확진환자가 2명(당국 추적하는 5개 클럽 외 메이드, 피스틸 방문)이나 나왔다. 이와 유사한 연결고리가 보건당국이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방문자들 사이에 존재한다면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신천지대구 교회 집단발병을 확인한 계기였던) 31번 환자를 찾았을 당시에도 지역사회로 상당히 많은 전파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지역사회 전파가 광범위하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면 방역체계를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해야 할 수 있다. 등교 개학도 거듭 연기될 상황에 놓인다. 정부는 일정 기간 △일일 신규 환자가 50명 이상 발생하거나 △감염원을 확인할 수 없는 환자 비율이 5% 이상으로 증가하면 방역체계 강화를 검토할 수 있다. 권 부본부장은 “황금연휴 이전 지역사회 어디에선가 조용한 전파가 진행되면서 결국 밀집된 환경에서 더 유행이 조성됐을 수 있다”라며 “(66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던) 6일 이후 최장 잠복기인 14일이 되는 다음주 수요일까지는 일단 이태원 클럽 관련 역학조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도 환자가 발생하는지 등을 보고 전체적 위험도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들도 이날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를 결성하고 자발적 검사를 호소했다. 경찰이 신속대응팀 8,559명을 동원해 방문자 소재 파악에 나서는 등 공권력까지 클럽 이용자를 압박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대책본부는 “성소수자들은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를 하는 과정에서 신상이 노출돼 일터의 차별과 가정폭력 등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다”면서 “검진과 자가격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함으로써 이태원과 강남 방문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바로잡습니다. 첫 기사의 본문에 있었던 <이날 대구에서 확인된 환자 1명은 다른 이태원 방문 환자 가족의 접촉자여서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유행의 첫 지역사회 전파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내용은 13일 삭제했습니다. 대구에서 확인된 환자 1명은 이태원과는 무관한 다른 환자 가족의 접촉자라고 방역당국에서 알려왔습니다. 이에 기사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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