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수도권과 광역시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다는 소식이 청약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조짐이다.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분양권을 거래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고 청약 열기도 뜨거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이 왜곡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 시행을 좀 더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날 현대건설이 진행한 인천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 전용면적 84㎡A 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5만6,015명이 접수해 경쟁률 2만8,007대 1을 기록했다. 이날 함께 진행된 전용면적 120㎡A 40가구 및 157㎡A 8가구 대상 무순위 청약 경쟁률도 각각 679.3대 1과 1,574.6대 1에 달했다. 분양가 23억1,110만원으로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157㎡A 당첨자 중에는 22세도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이날 발표했던 정부의 전매제한 강화 계획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대다수 비규제지역과 지방광역시 도시지역의 주택 전매제한을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곳들은 청약 당첨 후 6개월이면 분양권 매매가 가능하다. 정부는 이번 발표로 분양권 전매로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는 투기수요는 차단되고, 실수요자의 당첨확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정부가 제도 시행 시점을 ‘8월까지’라고 한 점이다. 관련 근거인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해선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다. 그 전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는 수도권 비규제지역 주택은 여전히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 직방에 따르면 이달부터 8월까지 분양을 앞둔 인천의 아파트단지만 1만5,561가구에 달한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상당한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분양권 매물은 사라지고, 매수 문의는 크게 늘어났다. 특히 신축 아파트단지가 밀집해있는 송도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이곳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12일 “분양권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수천 만원 높이려는 매도자가 늘어났다”며 “기존 분양권에 전매기간 6개월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가 송도 지역의 부동산 상승세에 탄력을 더해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송도가 속한 인천 연수구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인 0.06%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 3월 이곳의 분양권 거래량도 전월보다 355건 늘어난 1,697건에 달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좀 더 빨리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건설사가 규제를 피해 8월 이전에 소위 ‘밀어내기 공급’을 실시할 가능성도 높다”며 “제도를 예정보다 빠르게 시행해 투기적 가수요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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