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신화’ 문은상 구속… 이용한, 곽병학은 4일 재판 넘겨
‘노사모’ 활동 이철 대표 투자하며 유시민 등 정치권 인사들 연루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라 ‘바이오 신화’로 불렸던 신라젠의 문은상(55) 대표가 12일 구속됐다. 검찰이 문 대표 등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가장납입을 통해 대규모 주식을 취득한 혐의는 물론 그간 제기됐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문 대표는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 이용한(56) 전 대표와 곽병학(56) 전 감사 등과 함께 무자본 대출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불법 인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신라젠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이 전 대표와 곽 전 감사는 이런 혐의로 지난달 구속된 뒤 4일 재판에 넘겨졌다.
문 대표 등이 가장납입을 통해 인수한 신라젠 BW는 모두 350억원. 검찰은 이들이 가장납입을 통해 얻은 부당이득이 무려 1,928억원에 이른다고 파악했다. 문 대표는 지난해 8월 신라젠이 개발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 임상 중단 사실을 공시하기 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거 팔아 치워 대규모 손실을 피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신라젠 사건의 핵심 피의자 신병을 모두 확보함에 따라, 법조계 관심은 이들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설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신라젠의 부침 과정에 다수의 친노무현 인사들이 거론됐기 때문에 검찰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대표적인 인물이 과거 국민참여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모임인 노사모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미국 바이오 기업 제네렉스의 협력업체에 불과했던 신라젠이 2014년 원청 기업을 인수할 정도로 급성장하는 과정에 이 전 대표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VIK는 신라젠에 450여억원을 투자하며 한때 최대주주에 등극했지만, 이 전 대표는 VIK의 돌려막기식 불법 투자로 징역 12년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이 전 대표가 신라젠에 투자하면서 정치권 인사들도 VIK에 대거 몰려들었다.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VIK 사무실에서 다단계 모집책들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유 이사장의 경우엔 결과적으로 실패한 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하기도 했다.
검찰이 신라젠에 연루된 정치권 인사 모두를 수사선상에 올릴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유시민 이사장의 경우 불법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구속된 신라젠 임원 두 사람의 휴대전화, 다이어리를 뒤져도 안 나올 거다. 실제로 전화번호를 모르고 만난 적이 없으니까. 행사장에서 한 번 인사한 것 말고는"이라면서 "아무리 파도 안 나온다. (검찰이)지금도 파고 있다면 포기하라"고 주장했다.
VIK투자 피해자들은 이 전 대표가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최근 서울청에 고발장을 제출, 경찰 수사가 병행될지도 관심사다. ‘제보자 X’로 불리는 지모씨가 이 전 대표와 채널A 기자를 연결해 준 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으로 확대된 사건 또한 검찰이 수사에 착수, 신라젠 사건을 둘러싼 검경 수사는 여러 갈래로 진행 중이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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