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일주일째를 맞은 KBO리그가 유례 없는 기회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베테랑은 베테랑대로, 어린 선수들은 어린 선수들대로 최상의 기량 발휘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개막전부터 KBO리그를 생중계하는 미국의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연일 주요 장면과 선수를 소개하고 있다. 12일 ESPN은 “지난해 최하위에 머문 롯데가 개막 첫 주, 평균자책점 3.13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쾌조의 출발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롯데가 지난 시즌 챔피언 두산을 만난다. 롯데의 실력이 진짜인지를 검증할 수 있다”며 국내 야구전문 매체 수준의 상세한 리뷰와 예리한 전망을 내놓았다.
현재 지구상에서 열리고 있는 가장 ‘수준 높은 야구’ KBO리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에게 더 없는 호재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손잡고 올 시즌 종료 후 빅리그 도전에 나설 나성범(NC)이 대표적이다.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아쉬움을 남기는 듯싶더니 더 큰 주목을 받게 될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나성범은 개막을 앞두고 “해외 언론의 주목은 기사를 통해 많이 봤다. 외국에서 관심 있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SPN에 생중계된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나성범은 시즌 1호 홈런을 치며 쇼케이스의 서막을 열었다.
나성범의 뒤를 이어 해외 진출 의사를 드러낸 양현종(KIA)과 김하성(키움), 멀게는 이정후(키움)와 강백호(KT)에게도 좋은 기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ESPN과 포스트시즌까지 계약을 맺었다. 7월 개막을 구상 중인 메이저리그가 열리기 전까진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은 독점 콘텐츠나 마찬가지다.
반면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무관중 경기는 좀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 선수들에겐 기운 빠지는 적막함이지만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에겐 이마저도 기회가 될 수 있는 시선이다. KT의 고졸 신인왕 후보 소형준은 데뷔전이었던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심재학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고졸 선수들이 프로에 데뷔하면 만원 관중 앞에서 경기해본 경험이 없어 긴장할 수밖에 없는데 무관중 경기라 심리적 압박감이 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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