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의 회복세를 틈타 국내 증권사들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이 다시 늘어나자 금융당국이 발행량을 제한하는 등의 고강도 규제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루에만 수조원대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이 발생해 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지난 3월의 악몽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인데, 증권업계에선 실효성이 전혀 없는 규제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 ELS 마진콜 사태란?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ELS 시장 위험 방지대책 일환으로 증권사별 발행액 한도를 정하는 총량제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가 ELS 시장 규제에 나선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여파로 증권사들이 ‘마진콜 사태’라는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고객들에게 ELS 판매해 확보한 자금을 국공채나 기업어음(CP),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투자해 보유하는데, 통상 판매액의 일부는 위험 회피를 위해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매입한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선물 가격이 계약 당시보다 낮아지면서 해외 증권사들이 국내 증권사들에게 선물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수 조원에 이르는 ‘추가 돈’을 달라(마진콜) 한 것이다. 특히 마진콜을 달러로 요구해 국내 증권사들은 CP 등을 투매해 원화를 확보한 뒤,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려 했고, 이로 인해 CP 금리와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현상까지 초래됐다. 당시는 달러 부족 현상까지 심화되고 있던 터라 일부 증권사들은 마진콜에 대응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아찔한 상황까지 연출됐고, 결국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으로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발행액 총량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 자본을 넘는 수준의 ELS 발행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ELS 포트폴리오에 외화 자산을 늘리는 게 정공법”
하지만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발행량을 제한하는 건 마진콜 사태로 드러난 문제를보완할 수 없다는 게 증권업계 주장이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이번 마진콜 사태의 핵심은 결국 ‘달러 대응’이 어려웠던 점”이라며 “ELS 규제가 필요하다면 발행량이 아니라 증권사들의 ELS 포트폴리오에 외화자산을 늘리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마진콜 사태처럼 CP를 팔아 다시 외화를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외화를 가지고 있다 혹시 모를 대규모 마진콜에 대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ELS 발행 제한이 불가피하다면 ‘자기자본’이 아닌 전년도 또는 올해 ‘발행량’을 기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마진콜에 대응하는 돈은 자기자본이 아니라, 결국 ELS 판매액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에서 염려하는 게 ‘대규모 마진콜 발생’이라면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총량 기준을 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증권업계 지적에 금융위는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ELS 발행규모가 크다는 건 객관적인 사실인 만큼 ELS로 인한 금융시장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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