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통계청, 택시기사ㆍ간병인ㆍ경비원이 가장 위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인종과 재산 등의 불평등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실제 택시기사와 간병인, 경비원 등이 코로나19에 가장 위험한 직업군으로 조사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2일 영국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이처럼 수입이 낮고 사회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대면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2~3배 가량 높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생명을 담보로 일을 하든지 아니면 급격히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 통계청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지난달 20일까지 집계된 취업연령대(20∼65세) 코로나19 사망자 2,494명의 직군 및 직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남성이 9.9명, 여성이 5.2명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간병인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2배 가량 높았다. 간병에 종사하는 남성의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3.4명, 여성은 9.6명이었다. 이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되는 요인으로는 개인용보호구(PPE)에 대한 부족이 문제로 꼽혔다.
영국 잉글랜드 북부 허더즈필드의 한 간병인은 “간병인들은 비닐앞치마, 마스크, 장갑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코로나19 검사를 제대로 받지 못해 많은 간병인들이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많은 이들이 코로나19에 걸려도 (수입 때문에) 일터로 갈 것”이라며 “아프지만 직장에 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비원과 택시기사는 일반인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3~4배 높았다. 경비원의 경우 10만명당 45.7명, 택시나 버스기사는 36.4명이었다. 이 중 택시기사들은 승객과 1m도 떨어지지 않은 밀폐된 공간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영국 노동단체들은 정부에 택시나 버스기사들을 위한 마스크, 플라스틱 가림막, 장갑 등을 공급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공유경제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독립노동자연합 제이슨 모이어-리 영국 사무총장은 “경비원과 택시기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불행히도 놀랍지 않다”며 “재택 근무가 어려운 근로자들은 크나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노팅엄 경영대의 대니얼 킹 교수 연구에 따르면 일선 근로자들은 ‘톱다운 방식’의 환경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사무직 근로자보다 고용주들에게 자신의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기 어렵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킹 교수는 “일선 근로자들이 노조나 다른 조직을 통해서라도 코로나19 환경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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