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자국에 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1단계 무역합의를 재개하고 싶어 한다’는 일부 외신 보도에 관련된 질문을 받자 “전혀, 조금도 관심이 없다”며 단칼에 재협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합의에 서명했다. 나도 그들(중국)이 그들에게 나은 합의로 만들기 위해 무역협상을 재개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들었다. 중국은 수십 년간 미국을 이용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는 관심 없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그들이 서명한 합의를 지키는지 한번 지켜보자”고만 덧붙였다.
올해 1월15일 미중은 1단계 합의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를 중단하는 대신 중국은 향후 2년간 농산물 등 미국산 상품 2,000억달러어치를 추가 수입하기로 약속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이 2,000억달러 상당의 우리 상품을 사지 않는다면, (1단계) 무역합의를 파기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당초 약속했던 미국산 제품 구매 목표치를 채우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미 CNBC방송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의 대중 상품 수출액을 600억달러(약 73조4,400억원)로 예상하면서 이는 미중 합의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1,866억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네디 고문은 이 같은 전망치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국내의 수요 급감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미 올해 1분기 미국의 대중 상품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0% 줄어들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케네디 고문은 1단계 무역합의의 당초 구매 목표치가 “결코 현실적이지 않았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비현실적인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약속 이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에 취할 수 있는 대응 조치로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재협상을 통해 중국의 ‘구매 목표치’를 재설정하고 중국이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관세부과 같은 조치를 취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관세를 부과하고, 1단계 무역합의도 철회하는 방안이다. 세 번째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정부의 미국산 제품 구매 능력이 저하됐으며,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 제품 구매가 늘어날 것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케네디 고문은 “앞의 두 가지 조치는 중국으로부터의 반발과 보복을 부를 것이고, 세 번째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가장 위험한 접근”이라고 분석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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