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요구한 A씨 “벌금형 압박보단 용기 낼 수 있는 여건이 중요”
성소수자들이 주로 찾던 클럽을 중심으로 이태원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가운데 성소수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성소수자 A씨는 1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강제로 밝혀 지는 ‘아웃팅’이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주위 사람들이나 혹은 내 부모님에게까지 성적 정체성을 숨겨온 사람들이 갑자기 만천하에 이게 공개가 된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압박과 심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인터넷 커뮤니티나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만 보더라도 일방적인 비난을 넘어 혐오의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인데 주변에서는 내가 아웃팅 되느니 차라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사회적으로 죽을지 말지 기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검사를 안 받으면 얼마의 벌금이다, 얼마의 징역형이다 이렇게 접근을 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A씨는 “양성 판정을 받게 되면 내 본성이 공개가 될 거고, 그리고 어디 사는지 나이, 직장이 어디에 있는지 이런 것들이 공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두려움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라며 동선 공개 시 확진자의 세부 정보를 추정할 수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성소수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게끔 용기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 시 이태원 클럽 방문 여부를 묻지 않고, 이미 클럽은 위험하다는 게 다 노출된 부분이니 증상 시발점이 클럽인 경우 이 부분은 빼고 동선공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 가운데 성소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이 포함돼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클럽에 갔다는 비난이 커지면서 방문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익명검사’를 공지하며 방문자들의 자발적 검사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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