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보유 140조원5,000억 사상 최대
“양호한 펀더멘털에 장기 투자도 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에 외국인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을 5조원 이상을 팔아 치우며 3개월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은 7조원 이상 사들였다. 외국인의 한국 채권 보유액은 사상 처음 140조원을 넘어섰다.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4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을 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을 5조3,93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사상 최대 월간 순매도 기록을 세웠던 지난 3월(13조4,500억원)보다 강도는 약해졌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월 이후 3개월 연속 ‘팔자’ 행진이 이어졌다.
하지만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완전히 떠나는 건 아니다. 채권시장 분위기는 정반대다.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상장채권을 9조3,210원어치 순매수했다. 만기상환분 1조9,380억원을 빼면 7조3,830억원의 순투자(상환 물량보다 순매수 물량이 많은 상태)가 이뤄졌다. 1월부터 4개월 연속 순투자다. 이로써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규모는 140조4,940억원에 달했다. 지난 3월(133조3,260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금액 행진이다.
채권 종류별로는 국채(4조2,000억원)와 통안채(2조8,000억원) 위주로 순투자가 일어났고, 잔존만기별로는 1년 미만(5조2,000억원), 1~5년 미만(1조1,000억원), 5년 이상(1조1,000억원)에서 모두 순투자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한데다, 신용등급 대비 높은 금리 등 원화 채권 매력이 높아진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업계에선 국내 채권을 사들이는 외국인의 약 60%를 국부펀드나 중앙은행 같은 공공자금으로 추정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중장기 투자자로 투자국의 경제 펀더멘털과 신용등급 등을 우선 고려한다는 것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단기채뿐 아니라 만기가 긴 국고채 투자도 늘고 있는 상황인데, 최근 한국 채권이 외국인을 유인할 조건이 많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는 외국인 투자금이 채권시장에 머물면서 환율 변동성도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한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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