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들 코로나 직격탄, 경제 재개 메시지 약화 우려에 지지율도 하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발목이 잡힌 듯한 형국이다. 경제 재개 드라이브 와중에 백악관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데다 지지율도 계속 추락하면서 초조하고 침울한 기류에 휩싸여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궁지에 내몰리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수발을 들던 파견 군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겁에 질렸으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까지 감염되자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다”고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백악관 직원 감염이 자신의 경제 재개 메시지를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며 좌절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걱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일부 참모들의 말을 빌어 “대선캠프 자체 조사를 포함해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맞상대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충격을 받아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침울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회복을 대선 승리의 열쇠로 보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서둘러 영업 제한 조치 완화 등 경제활동 정상화에 전념하는 이유다. 하지만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경제 회복에 시일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케빈 해싯 경제 선임보좌관은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5월에는 실업률이 20%를 넘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5~6월 실업률이 14.7%로 폭등한 4월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참모들은 하반기 개선을 거쳐 내년 급반등을 주장하지만, 11월 대선을 의식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으로선 조급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보건당국 내부에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데비 벅스 백악관 조정관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낡은 바이러스 통계 추적 시스템 탓에 치명률과 확진자 규모 등 25% 가량 부풀려졌다”고 비판했다고 WP는 전했다. 벅스 조정관은 심지어 “CDC의 어떤 통계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매일 1,000명 이상씩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노암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재선을 위해 건강보험 예산을 축소하고 대기업 배만 불리다가 보건 위기로 미국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맹비난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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