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까지는 상황 지켜봐야” 환영 속에 고3은 불안
“얼마 전까지는 반신반의했는데, 이젠 확실히 개학을 연기하는 게 맞죠.”
교육부가 13일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던 등교개학을 1주일 늦추기로 결정한 11일 오후 경기 용인시의 오정숙(53)씨는 한시름을 놓았다. 경기 시흥시의 한 기숙사 고등학교 2학년인 오씨의 자녀도 당초 오는 20일이었던 등교가 이번 결정으로 1주일 연기됐다. 오씨는 자녀가 600명이 넘는 학생들과 숙식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라 불안감이 더 컸다. 그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가 잠잠해져 개학에 기대를 품었지만 최근 재확산 추세를 보니 아직은 조심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에 초ㆍ중ㆍ고 개학 연장을 요구해온 학부모와 학생들이 일단 한숨을 돌렸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적어도 오는 20일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는 게 맞다”며 개학 재연기 방침을 환영했다.
물밑에서 꿈틀댔던 등교개학 연기 여론이 급부상한 건 이달 초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 지난달 24일 “초ㆍ중ㆍ고 등교를 미뤄달라”는 내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달 4일까지 4만명에 그쳤던 동의자가 지난 10일 14만명, 이날 17만명으로 증가했다. 이 청원에 참여한 학부모 목모(40)씨는 “등교개학을 했다가 신종 코로나가 다시 확산할 경우 지난 두 달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불안한 마음을 전했다.
다만 늦게라도 입시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던 일부 고3 학생과 학부모들은 개학 재연기로 인한 불안감을 호소한다. 경기 하남시에 거주하는 서모(49)씨는 “맞벌이를 하는 상황이라 아이의 학습을 챙겨주기가 너무 어렵다”면서 “학교를 안 가니 우리 애가 고3이라는 게 실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고3 학생 김모(18)군은 “수시전형으로 진학할 생각이라 동아리ㆍ봉사ㆍ내신 등이 필수적인데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면서 “개학 일정조차 불안정해 입시 전략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답답해 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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