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건강하도록 1m 이상 떨어지세요.”
강아지처럼 생긴 로봇이 짖는 대신 영어로 경고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맞춰 싱가포르 공원에 등장한 4족 보행 순찰 로봇 스폿(SPOT)이다.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제작한 스폿에는 1m 간격을 유지하는지 감지하는 센서와 공원 방문객 수를 세는 카메라가 달려 있다. 시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토록 하고 공원 관리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걸 막기 위한 해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동남아시아 일대엔 로봇들이 인간 대신 코로나19 전사로 나서고 있다. 11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싱가포르엔 스폿 외에도 꼬마자동차처럼 생긴 로봇이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시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격리 시설로 개조된 전시장엔 환자들에게 식사를 전해주는 배달 로봇이 투입됐고, 원격 상담이 가능한 화상 로봇도 배치됐다. 싱가포르는 전날 기준 코로나19 감염자가 2만3,336명으로 동남아에서 가장 많다. 특히 감염자 중 90% 이상이 외국인 노동자다.
동남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감염자가 많은 인도네시아(전날 기준 1만4,032명)에선 간호사 로봇이 등장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명문 수라바야 공과대(ITS) 연구팀 등이 만든 키 1.5m, 몸무게 50㎏의 라이사(RAISA)는 의료진이 환자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그들을 돌보는 데 불편함이 거의 없도록 고안됐다. 모니터가 달려 있어 화상 상담을 할 수 있고, 환자들에게 음식ㆍ의복ㆍ의약품 등을 운반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특히 코로나19로 희생된 의료진이 많다. 정부 발표상 55명(의사 38명, 간호사 17명), 의사협회와 간호사협회에 따르면 50명(의사 31명, 간호사 19명)이다. 이들은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줄 모르고 치료하다 숨지거나 방호복 대신 비옷을 입는 등 보호장비 부족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로 숨졌다. ITS 연구팀은 “라이사는 의료진을 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더 유익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선 코로나19 환자의 건강 상태를 의료진 대신 점검하는 메디봇이 발명됐다. 국제이슬람대 과학자들이 만든 1.5m 높이의 바퀴 달린 로봇은 환자가 의료진과 원격 상담할 수 있는 카메라와 스크린을 갖추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환자는 전날 기준 6,656명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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