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KT가 맞붙은 10일 서울 잠실구장. 두산이 6회까지 10-3으로 여유 있게 앞섰지만 갑자기 불펜이 흔들리면서 경기가 요동쳤다. 박치국 윤명준 함덕주까지 승리조가 줄줄이 무너졌다. 마무리 이형범까지 등판했지만 동점을 허용했다. KT 역시 대역전극을 완성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김민수 손동현 김재윤 이대은까지 잇달아 실점하며 다잡은 경기를 내줬다. KT입장에선 명경기로 남을뻔한 경기가 실책과 함께 허망하게 끝났고, 진땀승을 거둔 두산도 필승조가 무너지면서 큰 숙제를 안게 됐다.
한화 역시 같은 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전에서 3-1로 앞서가다 선발 워윅 서폴드가 마운드를 내려가자마자 불펜이 무너지면서 3-6으로 역전패했다. SK도 상황은 비슷하다. 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6-1로 앞서다 불펜 난조로 8-9로 뒤집혔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선발 투수들은 잘해주고 있다. 필승조만 꾸려지면 야구다운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의 경우 선발진은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76으로 10개 구단 선발진 중 가장 좋지만, 중간 계투진 성적은 리그 6위(6.75)다.
2020 KBO리그에서 개막 첫 주부터 대역전극이 속출하고 있다. 11일(54경기) 현재, 리그 세이브 성공률은 52.6%에 그치고 있다. 승계 주자 득점률도 49%로 높다. 표본이 적다곤 하나 지난 시즌 세이브 성공률이 72.4%, 승계 주자 득점률이 34.1%였던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저조한 수치다. 블론 세이브도 9개나 된다. 팬들은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경기 결과에 열광할 수 있지만 반대로 각 팀 사령탑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처럼 대역전극이 속출하는 것은 이기고 있어도 지키지 못하는 허약한 허리진 때문이다. 실제로 10개 구단 불펜은 196.2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 자책점 5.77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선발진 평균 자책점이 4.66(284이닝)인 점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불펜이 가장 안정된 팀은 5연승 중인 롯데로 17.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 중이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0.79로 좋다. 이어 키움 불펜이 평균 자책점 3.13에 1.26이다. 삼성 불펜은 평균자책점은 2.46이지만 이닝당 출루허용률이 1.45다. 세 팀을 제외한 나머지 7개 팀은 평균 자책점이 4점대 후반에서 9점을 훌쩍 넘는다.
리그 대표 ‘믿을맨’과 마무리들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시즌 단 2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던 서진용(SK)은 올 시즌 롯데 마차도에게만 2경기 연속 피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고, KT 믿을맨 김재윤도 평균자책점이 16.88로 치솟았다. 지난 시즌 마무리로 두각을 나타냈던 이형범(두산ㆍ9.00) 고우석(LGㆍ6.75) 문경찬(KIAㆍ9.00)도 줄줄이 고전 중이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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