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지급이 시작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학자들 중에는 ‘전국민 지급’보다 기획재정부의 원안이었던 ‘70% 지급’이 좀 더 합리적인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두 방안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한 의견 또한 적지 않았다.
11일 국내 경제학계 최대 조직인 한국경제학회가 ‘경제토론 패널’ 32명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소득 하위 70% 가구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학자는 79%,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에 동의한 학자는 50%로 각각 집계됐다.
설문 대상인 경제토론 패널은 한국경제학술상 수상자 등 경제토론 운영위원회(위원장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가 선정한 학계에서 인정받는 대표 경제학자들이다. 이번 설문은 정부가 재난지원금 전 가구 지급안을 수용한 뒤인 지난달 26일부터 진행됐으며, 이날 기준 24명의 학자가 의견을 냈다.
재난지원금 전원 지급에 동의한 학자들은 신속한 지급과 취약계층 선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정성 문제 등을 이유로 꼽았다. 양희승 연세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선별에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빨리 지급하는 것이 중요하고, 유럽에 비해 사회보험제도가 미숙한 한국 사회에서는 선별로 인해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재난지원금 지급이 정당성을 갖는 이유는 현재 상황이 재난 상황이고, 이럴 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사회안전망을 책임지는 정부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김현철 코넬대 교수는 “재난에 대한 지원은 일반적인 복지 프로그램에 비해 보다 긴급하고 보편적이어야 한다”며 “누구든지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보편적 복지 정책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전국민 대상 지급에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은 추가 비용을 위해 3조4,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한 점과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서경원 서울대 교수는 “고소득층에게로의 지원은 경기 부양과 재분배 모두에 제한적 효과만 있다”며 “행정적으로는 복잡하지만 상위 소득으로 갈수록 지원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편이 나았다”고 답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고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위해 적자성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응답자 가운데 30% 정도는 두 가지 방안에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최승주 서울대 교수는 70% 지급에 동의 의견을 밝히면서도 “선별 과정에 시간이 소요되어 지급이 지체된다면 전국민 지급 방안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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