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3주년 연설에서 고용보험 단계적 확대 공식화
부과 기준 재설계ㆍ형평성 논란… 구체적 로드맵으로 국민 설득해야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년을 맞는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고용보험 적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하여 우리의 고용안전망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전국민 고용보험제도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특고)종사자,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해 8월 기준 취업자 중 고용보험 가입률은 49.4%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실직의 공포가 영세자영업자ㆍ비정규직ㆍ일용직을 넘어 정규직과 중견기업ㆍ대기업 종사자들까지 전방위로 확산된” 전례없는 위기인 만큼 고용안전망 확대에 대한 공감대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제도를 확대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보험료 부과 기준을 임금에서 소득으로 바꾸는 등 근본적 재설계가 필수인 데다, 미가입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재원 마련 및 기존 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고용보험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혀 나가겠다”며 점진적 접근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확대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나아가 “고용보험이 1차 고용안전망이라면,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는 2차 고용안전망”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노사정 합의가 된 후자부터 조속히 추진하자는 취지로 분석된다.
이날 문 대통령이 협조를 요구한 만큼 국회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고용보험 확대에 관해 “야당과 합의된 부분만이라도 5월 중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고용보험 가입대상을 특고ㆍ예술인으로 확대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니 이를 기반으로 합의를 추진한다는 뜻이다. 해당 법안은 국민취업지원제도 관련 법안과 함께 오는 11일 국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다만 국회가 속도를 내더라도 정부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으면 임기내 현실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사각지대 노동자 유형별로 고용안전망에 포용할 방법과 형태는 달라질 것”이라며 “그동안 각론을 충분히 연구한 만큼 구체적 실현방법과 향후 재정투입 예상치 등을 제시해 사회적 합의를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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