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재임기 최장 공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적어도 10월까지 공개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1952년 즉위 후 68년만의 최장기 공백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94세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영국 런던 인근 윈저성에 무기한 칩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왕실 소식통은 신문에 “여왕은 자신의 연령대에 대한 충고에 어긋나는 행동을 일절 하지 않고 모든 적합한 조언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10월이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재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가을 무렵까지 예정된 엘리자베스 여왕의 행사 일정은 모두 보류됐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통상 5월에 윈저궁에서 버킹엄궁으로 돌아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가 7월부터 발모랄성으로 여름 휴가를 떠나는데, 올해는 전통을 깨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공개활동을 자제할 것이라고 왕실 보좌진은 밝혔다. 매년 7~9월 여왕의 휴가기간 동안 진행돼온 버킹엄궁 개방 행사도 27년만에 처음 열리지 않는다. 군기분열식이나 가든파티, 훈장수여식 등은 일찌감치 취소된 상태다.
“신뢰를 얻으려면 모습을 내비쳐야 한다”는 여왕의 지론을 고려할 때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려졌을 때도 특별 대국민연설을 위해 두 차례 TV 방송에 출연했다. 가장 최근 공개활동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코먼웰스(연국연방) 예배였다. 왕실 소식통은 “한동안 여왕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2차 유행의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그 위험을 떠안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난 3월 19일부터 윈저성에서 격리 생활을 해왔다. 다음달에 99세가 되는 고령의 남편 에든버러 공작(필립공)도 함께 격리됐다. 그러나 여왕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나 세계 정상 등과 정기적으로 전화ㆍ화상 통화를 하며 내부 업무를 계속해왔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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