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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의 잡상, 삼일빌딩의 철골… 건축의 재료, 전시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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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의 잡상, 삼일빌딩의 철골… 건축의 재료, 전시 되다

입력
2020.05.11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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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모두의 건축 소장품’전 개최

서울 관악구 남현동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두의 건축 소장품’전에서 50년간 사용된 삼일빌딩의 철골 부재가 사진, 모형과 함께 전시돼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 관악구 남현동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두의 건축 소장품’전에서 50년간 사용된 삼일빌딩의 철골 부재가 사진, 모형과 함께 전시돼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한국 건축거장 김중업(1922~1988)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서울 종로의 ‘삼일빌딩’. 1970년 준공된 이 건물은 수입한 일본 철강을 이용해 커튼 월(Curtain wallㆍ철골을 외벽으로 드러내고 철골 사이를 유리로 채우는 방식) 공법을 적용한 첫 건물이다. 이 공법으로 20층대에 머물던 빌딩 층수가 31층으로 단숨에 올라갔다.

덕분에 삼일빌딩은 1985년 여의도 63빌딩이 지어지기 전까지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최욱 원오원아키텍처 대표는 “삼일빌딩은 넓게 보면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다양한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열린 건축을 지향한, 당시로선 파격적인 건축이었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50년 역사를 맞은 이 건물을 리모델링 중이다.

1970년 준공된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삼일빌딩’ 전경.
1970년 준공된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삼일빌딩’ 전경.

이 삼일빌딩 철골 한 조각이 전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실험적인 현대건축의 상징 삼일빌딩의 철골만이 아니다. 국보 제1호 숭례문의 잡상(雜像ㆍ기와 지붕의 추녀마루 위에 놓이는 토우), 전남 나주의 불회사 대웅전 기둥 등 오래된 전통건축까지 거슬러 올라가 150여점의 건축 소장품을 내보이는 ‘모두의 건축 소장품’전이 서울시립 분관인 남현동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은 고도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부동산 개발 등의 논리로 건축 유산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했다”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적 기록으로서 건축을 어떻게 수집할 수 있는가에 관한 논의의 물꼬를 트고자 했다”고 말했다. 실물 건축 재료를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의 시작은 숭례문이다. 600여년 전 숭례문 기와 지붕 추녀마루 위에 두었던 동물 형상, 보와 기둥을 연결했던 결구를 비롯, 1961년 숭례문 수리보고서 도면, 숭례문 모형 등을 망라했다.

숭례문은 전통 건축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건축 수집에 대한 본격적 논의의 장을 열었던 건축물이다. 2008년 온 국민을 낙담케 한 숭례문 화재 이후 건축물의 보존, 연구, 수집 논의가 본격화돼서다.

전시에서는 숭례문뿐 아니라 소실된 줄 알았으나 옮겨 짓다 우연히 되찾은 운현궁의 사랑채 ‘아재당’의 평주(平柱), 충북 보은군 법주사의 대웅보전 등의 부재(部材)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1398년 지어진 숭례문의 기와지붕 추녀마루 위에 있던 잡상편을 통해 한국 전통 건축의 한 단면을 살필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1398년 지어진 숭례문의 기와지붕 추녀마루 위에 있던 잡상편을 통해 한국 전통 건축의 한 단면을 살필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3보물 제1310호 전남 나주 불회사 대웅전의 기둥이 전시돼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3보물 제1310호 전남 나주 불회사 대웅전의 기둥이 전시돼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건축 재료와 함께 건축 과정의 부산물도 전시 대상이다. 김중업과 김수근(1931~1986) 이외 지금도 활동 중인 40여명(팀)에 이르는 건축가들 작업 일부가 건축사무소를 재현한 전시장에 옮겨왔다. 주요 건축물의 설계 도면, 조감도, 스케치, 사진, 모형, 설계도구 등이 설계실, 자료실, 모형실, 건축가의 방, 견본실 등으로 구획된 전시공간을 꽉 채웠다.

현재 조민석 건축가가 리모델링 중인 한국 최초 화력발전소 서울 마포구 ‘당인리발전소’ 설계 영상, 건축담론 ‘빈자의 미학’을 제시한 승효상 건축가가 만든 의자, 도발적인 건축물로 주목을 받아온 문훈 건축가의 드로잉, 김수근이 설계한 경동교회를 재해석한 모형 등은 건축 수집, 전시의 범위와 가능성을 묻는다.

김재경 건축연구소의 ‘세 그루 집’은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자작나무 합판을 짜맞춰 지붕을 지탱하는 목구조를 선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김재경 건축연구소의 ‘세 그루 집’은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자작나무 합판을 짜맞춰 지붕을 지탱하는 목구조를 선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김재경 건축가의 ‘세 그루 집’이다. 자작나무 합판을 정교하게 짜맞춘 구조는 전통 목조건축을 현대화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배형민 교수는 “건축도 문학이나 역사처럼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는 문화 기록”이라며 “건축의 창작에서 구축, 해체, 재구성까지 건축 수집의 중요성을 되새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와 연계해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는 1985년부터 수집한 소장품 위주로 49명의 작가 작품 131점을 선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시는 온라인 사전 예약을 통해 한정된 인원만 입장 가능하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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