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 비위를 조사한 국민권익위원회 담당 조사관들이 갑작스럽게 인사 조치돼 권익위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권익위는 통상적인 전보 인사였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직원들은 “4ㆍ15 총선 이후에서야 사건을 처리했다는 이유로 단행된 부당한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10일 권익위에 따르면 청탁금지제도과 청탁조사처리팀장이던 A 서기관과 해당 팀 조사관 B씨는 지난달 21일자로 각각 부패영향분석과 무보직 서기관, 행동강령과 직원으로 발령됐다. 두 직원은 추 장관의 정책보좌관인 현직검사 비위 신고를 조사해 지난달 16일 대검에 송부한 담당자들이다. 권익위는 앞서 추 장관 정책보좌관이 지난해 5월 전주지검 검사로 재직할 당시 장애인협회의 공금 7억2,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협회장을 구속 기소하는 과정에서 금품 청탁을 받았다는 신고를 받고, 두 직원에게 조사를 맡겼다.
권익위 고위 관계자는 A, B씨에게 인사 발령을 고지하면서 4ㆍ15 총선 다음 날에야 해당 사건을 대검에 송부한 점 등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신고 건은 올해 2월 26일 권익위에 접수돼 지난달 6일 분과위원회에서 대검에 송부하기로 의결한 사안이다. 정식 수사 의뢰와 다른 ‘송부’는 권익위 차원에서 제보의 신빙성 등을 확인하기 힘들 때 청탁금지법에 따라 신고 자체를 검찰로 넘기는 절차다.
하지만 권익위 직원 다수는 사건 처리 전례를 비춰 봤을 때, 분과위 의결 후 대검 송부까지 열흘이 걸린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두 조사관은 권익위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방침에 따라, 지난달 8일부터 총선 전날인 14일까지 재택근무 중이어서 세종시 권익위 본부와 대검을 오가며 사건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서기관의 보직 기간이 지나치게 짧은 점도 부당 인사 논란을 키우고 있다. A 서기관이 청탁조사처리팀장 보직을 발령 시점은 지난 2월 5일로, 보직 기간이 3개월이 채 지나지 않는다. B씨는 2016년 10월 권익위에 채용된 경찰 특채 조사관으로 4년 간의 전보제한이 있는 대상자다. 권익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2008년 권익위 출범 이래 발생한 보직 해임 3, 4건은 모두 형사범죄에 연루됐을 때 등에만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사건 처리 시점과 얽힌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허재우 권익위 대변인은 “A, B씨의 최근 업무 수행 등을 종합 고려해서 시행한 문제 없는 인사”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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