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싸고 중국과 호주가 강하게 부딪치고 있다. 하지만 호주의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탓에 ‘탈(脫)중국’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후시진 편집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웨이보를 통해 “호주는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던 껌처럼 느껴진다”며 “가끔 돌을 찾아 문질러줘야 한다”고 모욕적인 망언을 날렸다. 이틀 뒤에는 “(호주의) 중국에 대한 태도가 갈수록 나빠져, 중국 기업들은 호주와의 협력을 줄이고 호주를 방문하는 중국인 학생과 관광객도 감소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는 호주가 앞서 코로나19의 기원과 확산 과정을 철저하게 조사해 중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적절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사태의 기원에 대해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중국과 호주 간 기싸움은 악화하는 모양새다. 청징예 호주 주재 중국대사도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조사를 밀어붙일 경우 호주산 와인과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사이먼 버밍험 호주 통상투자관광부 장관은 “호주 정부는 청 대사의 발언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비판했고, 마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잇단 망언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탈중국’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2018∼2019년 호주 전체 수출에서 3분의 1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으며, 2위인 일본은 이보다 훨씬 적은 13%에 그쳤다.
대중 의존도를 낮추려다 오히려 경쟁자에게 중국 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호주 육류 수출업자 알프레드 정은 SCMP에 “중국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양화하자는 말은 계속 있었지만 호주의 작은 인구만으로는 육류 생산량을 소비해낼 수 없다”며 “라틴아메리카 같은 경쟁자에 중국 시장을 뺏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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