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주국 영국의 BBC방송이 한국 프로축구 K리그를 생중계하고 나섰다. 살아있는 축구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수많은 해외 축구 팬들이 중계를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BBC 스포츠는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의 K리그1(1부리그) 개막전을 실시간 생중계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BBC는 K리그 중계권을 구매한 36개국 언론사 중 하나다.
경기 도중 문자 중계를 진행한 BBC의 에밀리 베글리 기자는 “BBC 스포츠 홈페이지를 통해 축구가 생중계되는 게 꿈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며 “22명의 살아 숨쉬는 선수들이 상대편보다 더 많은 골을 성공시키기 위해 공을 차고 있다”고 했다. 또 몇 번이고 “오늘 축구 경기가 실제로 이뤄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계 도중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BBC 스포츠는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K리그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진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시대의 이사회 모습”이라며 설명한 BBC는 “이사회라고 설명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또 “K리그 관련 사진을 볼 수 있지만, 사진 설명이 모두 한국어로 되어 있고 (캡션을) 번역기에 (복사해) 번역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해외 축구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BBC 스포츠는 트윗이나 문자를 받아 시청자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알려왔다. 자신을 앤디라고 소개한 시청자는 “나는 5년 전 전주에서 샀던 전북 유니폼을 입고 있다”며 “전북은 좋은 경기장과 훌륭한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또 “입장료도 6파운드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미들즈브러에 입단했던 이동국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있었다. 그가 선발 출전하지 않은 데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자신을 미들즈브러 팬이라고 밝힌 한 팬은 전반 도중 “미들즈브러 팬으로서 이동국이 선발 출전하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12년만에 그를 봤다”고 했다. 이동국은 이날 후반에 교체 출전해 올시즌 K리그 첫 득점이자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K리그 경기를 보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행에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이도 있었다. EPL은 무관중으로 오는 6월 재개를 고려 중에 있다. 한 팬은 “관중의 함성 소리가 선수들은 물론, 시청자들을 위해서 필요한 것 같다”며 “EPL도 홈경기 도중 득점, 실책 등 여러 상황 중에 나왔던 관중들의 응원소리 녹음본을 이용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에서 전북 측은 녹음된 전북 팬들의 응원소리를 여러 차례 재생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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