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장 운영자 “3마리는 위탁 받아 사육하던 동물들” 주장 
 지자체, 동물보호법상 학대 적용 어려워 보호조치도 불가 
번식장서 구조됐지만 도로 보호소로 돌아간 만삭의 어미개. 동물자유연대 제공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만삭의 어미개를 포함한 품종견 3마리가 다시 지방자치단체 보호소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실제 소유주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현행 동물보호법 상으로는 이를 막을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8일 경기 고양시와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등에 따르면 4일 경기 고양에 위치한 불법 개 농장에서 번식업자가 소유권 포기 의사를 밝힌 23마리의 개와 치료가 시급한 개 등 모두 29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해당 번식업자는 총 80여마리의 개를 사육하고 있는데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위탁 사육을 받았다고 주장한 개를 제외한 23마리에 대한 구조에 동의했다. 동물단체는 구조 도중 23마리 이외에 만삭의 스탠다드푸들 등 당장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 6마리를 추가로 구조했는데 이에 대해 번식업자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번식업자는 스탠다드푸들 1마리와 사모예드 2마리 등 총 3마리는 소유주가 따로 있다고 주장하며 반환을 요구했다. 이에 고양시 동물보호팀은 구조가 이뤄진 다음날인 5일 3마리를 다시 고양시 직영 보호소로 데려갔다. 고양시에 따르면 아직 소유주라고 나타난 사람은 없다.

해당 번식장은 오물이 가득한 뜬장(동물들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은 장)에서 개들을 사육하고 있었다. 장기가 흘러나온 개의 사체가 방치되어 있는 등 어미개 사체 2구와 새끼 사체 1구 등 모두 3마리의 사체도 발견됐다. 조영연 동물자유연대 실장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개들이 길러지고 있었지만 현행법상 지자체의 구조나 보호조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다시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번식장 열악한 상황, 동물보호법 보호조치 해당 안돼 
구조당시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어 있던 만삭의 어미개.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있지만 지자체가 소유주로부터 개들의 보호조치를 할 수 없는 이유는 허술한 동물보호법 때문이다. 동물보호법 제14조에는 지자체의 구조·보호조치 대상으로 △유실·유기동물 △피학대 동물 중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동물 △소유자로부터 제8조 제2항에 따른 학대를 받아 적정하게 치료·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동물로 돼 있다.

문제는 8조 2항에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이용해 상해를 입히는 행위 △살아 있는 상태에서 신체를 손상하거나 체액을 채취하는 행위 △도박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만 되어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현행법 상 해당 번식장은 개에게 밥과 물을 주고 있기 때문에 고의로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혔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구조나 보호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만삭의 스탠다드푸들을 보호했던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 원장은 “역대 구조견 가운데 털도 심하게 엉킨데다 가장 냄새도 심했다”며 “몸도 씻기고 진찰도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소유주라는 사람이 나타나 돌려줘야 한다고 해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원장은 이어 “누가 봐도 명백한 학대와 방치인데 저 상태의 어미개를 다시 보호소에 인계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재 동물보호법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소유주 확인하지 못해도 개들 내줘야 

소유주가 있다고 주장하는 해당 개들의 경우 동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동물보호법 상 동물등록제는 내·외장 무선식별 장치나 이름표 등을 활용해 반려동물을 등록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개들의 경우 내장칩이나 이름표가 없는 상황인데 소유주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지자체는 돌려줄 수밖에 없다.

고양시 관계자는 “소유주가 나타나면 우선 소유권 포기 등을 설득해 볼 예정”이라며 “그마저도 안되면 동물등록을 하도록 하게 하는 등 지금보다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권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현행법상 학대의 범위는 동물이 죽음에 이르거나 고통을 겪고 상해를 입는 등 실제 동물이 피해를 입어야만 적용된다”며 “지자체가 구조, 보호조치 할 수 있는 학대의 범위를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